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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경제혁명인가 투기광풍인가] 환전 없이 쓸 수 있는 ‘디지털 金’… 법정화폐 보완재로 부각

입력 : 2017-10-18 06:00:00 수정 : 2017-10-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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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뻗어가는 가상화폐 생태계 / 식당·여행사 등 다양한 업종서 시도/현금으로 출금 가능한 ATM도 등장/獨·日, 결제 인프라 구축 등 적극 대응
수수료 높은 신용카드 대체 수단 주목/가격 변동성·결제 인프라 아직 걸림돌/정착땐 산업 비즈니스 모델 변화 초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와인바 ‘더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레스토랑으로 소개한 더젤은 가상화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더젤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분이 있다”며 “문의는 더 많다”고 전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수시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시세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자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태생은 ‘화폐’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화폐 또는 결제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심한 가격 변동성, 부족한 결제 인프라 등 아직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제수단으로 활용되는 가상화폐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가 오프라인 결제수단으로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다. 17일 현재 비트코인 오프라인 사용처를 알려준다는 사이트 ‘코인맵’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서울 47곳을 포함해 전국 118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표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 가능한 곳은 몇 되지 않는다. 기자가 코인맵에도 등록된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 문의하자 직원은 전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인터넷에 그렇게 나와 있느냐”며 반문했다. 코인맵에 소개된 종로구의 한 카페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계속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음식점, 병원, 여행사 등도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GS25 편의점에 설치된 노틸러스효성의 자동입출금기(ATM)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외는 가상화폐 결제에 보다 적극적이다. 독일과 일본은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특히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 등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비트코인 ATM이 수년 전 설치됐다. 스펜드비트코인, 스펜드어비트 같은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중개 사이트도 있다.

가상화폐의 장점은 중앙관리기관이 없기에 국적에 한정되지 않고 환전 없이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안보·경제 이슈나 통화정책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총량이 유한하고,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며 결제 기능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는 “가상화폐를 결제 기능을 가진 화폐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화폐에 대한 로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만 화폐는 이용자가 많고 가치 변동성은 작아야 하는데, 모순적이게도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커야 이용자들이 많아진다. 화폐로 정착하려면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의 진화는 계속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새로운 기능을 갖춘 가상화폐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에 스마트컨트랙트 시스템을 갖췄다. 어떤 조건하에서 계약이 이행되도록 강제하는 기능이다. 리플은 은행권 국제송금 기능에 특화돼 만들어졌고, 라이트코인은 코인 생성 주기를 단축해 대량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동전 없는 사회’ 등 실물 화폐가 점차 퇴출되는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효용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 신용카드 등이 지급결제를 대체하게 되는데, 신용카드는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가상화폐는 이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쓰면서 높은 수수료를 무는 것보다 가상화폐를 쓰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등 일부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발행을 고민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미국 투자자문회사 레드라 캐피털 자료를 인용해 블록체인은 금융거래뿐 아니라 출생·사망신고 등 공공기록, 유언장 등 개인기록,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지금은 A와 B 사이의 거래에서 제3자가 공인해줘야 신뢰성이 인정되는데, 블록체인을 통하면 제3자의 개입 없이도 개인 간 거래의 안전성이 담보된다. 제3자 공인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과)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정착하면 산업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블록체인 관련 상품·서비스가 성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를 쓰는 게 더 편리해지기에 가상화폐가 재조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영원하지 않을 수 있고, 새로운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가상화폐라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은 그것대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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