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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혈세 가로채는 부정수급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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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7 21:07:39 수정 : 2017-10-18 0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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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부처 간 정보공유·협업 중요 / 보조금 사업 성과관리 시스템 작동돼야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경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동안의 재발 방지 대책은 대부분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만 집중하는 대증요법으로, 결국엔 일부 사례만을 대충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소위 ‘어금니 아빠’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면서 여러 가지 재발 방지 대책이 이목을 끌고 있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그 원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자애로운 마음을 배신한 기부금 부정사용 및 잘못된 관리 방식이 문제인지 아니면, 소중한 혈세를 몰래 가로채는 부정수급이 문제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믿기 힘든 ‘어금니 아빠’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데 방해가 되기 쉽다. 자칫 고마운 기부금을 모아주는 분들 마음에 상처를 줘 기부금 모금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으며, 국가 보조금이 절실한 생존 요건이 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과도한 규제가 부과돼 이들의 삶을 오히려 더 고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공적으로 조성하는 기금, 그것이 순수 기부금이건 국가 보조금이건 관계 당국은 각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들 기금이 필요한 분들은 누구보다 섬세하게 보살펴야 하는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며, 공적 기금은 우리 사회 누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누군가에게는 혜택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제한적이고 예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제한적 자원의 관리에는 엄격한 기준과 통제 위주의 방법만이 아니라 더욱더 세심한 시스템적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기관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각종 기금, 보조금의 종류는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 다양한 기금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라는 통로를 거쳐 필요한 수급자에게 배분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지자체들은 많은 중앙부처로부터 주어지는 각종 위임사업을 감당하느라 정부 보조금 사업은 늘 부실 관리의 위험성을 안게 된다.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지자체에 정확하고 일관된, 그리고 종합적인 수급조건 및 수급자 관련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가족관계 자료, 국토교통부·국세청·보건복지부의 각종 재산·소득·보조금 수급 현황 관련 자료가 기본 자료일 것이고, 이외에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각종 재산세, 취득세 정보도 공유와 통합의 대상일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 및 협업 문제는 비단 보조금 관리 문제에서만 지적돼온 것이 아니다.

강황선 건국대 교수·행정학
그동안 여러 식품안전관리, 재난관리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부처 간 정보 공유는 중요한 해결 대책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부처 내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관료제의 폐해, 즉 비밀이 관료들의 최대의 무기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 정부가 ‘사람을 우선’시 한다면 ‘조직 우선’이라는 관료 세계의 철칙을 혁파해야 한다. 그 방법 역시 강제와 규제 위주가 아니라 공직사회에 폭넓은 협력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각종 보조금 사업에 대한 면밀한 성과관리 시스템도 작동돼야 한다. 각 보조금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시하고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와 같이 기부금이나 보조금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 지침과 규제 위주가 아닌 성과 위주의 점검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정수급 적발 실적이 중요한 점검사항이 돼서는 안 되며, 각 보조금 사업의 목적이 점검사항이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새로운 국정이념은 새로운 사업의 발굴보다는 사업 수행 방식의 변화로 구체화돼야 한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이전 정부가 하지 못한 것을 지금 정부는 해내는 것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강황선 건국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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