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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스키점프대 밑에 풀장 설치 … 사계절 내내 관광객 ‘북적’

입력 : 2017-10-18 06:00:00 수정 : 2017-10-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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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지 선정 전부터 ‘통 큰 도박’ / 스포츠 공원 사전 건립 ‘치밀한 준비’ / 20만 시민들 ‘올림픽 공동체’로 결속 / 자원봉사 등 도맡아 비용절감 효과 / 경기장·시설 사후 활용도 100% / 암벽등반 등 여름 레저 접목 '역발상' / 매년 관광객 60만명… 쏠쏠한 수입원 / 빙상 종목 일반인 지도 프로도 인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 해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조직위원회(SLOC)는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해 동계 스포츠를 테마로 한 ‘스포츠 공원’을 유타주 세금으로 조성한 뒤 해당 비용을 추후 마련될 올림픽 펀드와 사업 수익으로 갚겠다는 안을 제시해 유타주 당국이 통과시켰다.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하지만 기약 없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스포츠 공원 설립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92년 스키점프대 4대(18·38·54·90m)가 첫선을 보인 뒤 1994년에는 봅슬레이·루지 트랙 공사에 착수했다.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다면 비용뿐 아니라 시설까지 그대로 놀릴 뻔한 ‘통 큰 도박’이었다. 가슴을 졸인 SLOC 관계자들은 마침내 1995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솔트레이크시티가 확정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적인 스포츠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파크시티는 이렇게 탄생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 전경. 점프대 아래 풀장이 설치돼 관광객들이 겨울과 여름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지역 밀착형 관광도시가 되다

지난 8월 기자가 찾은 솔트레이크시티는 34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도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활기가 넘쳤다. 도시 반경 10㎞ 내의 리조트, 호텔, 별장 100여개는 빈방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의 유지를 이어 받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인구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도시를 사계절 관광 명소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올림픽 파크시티 인근의 섀도 리지 리조트 총괄매니저를 맡고 있는 쇼마라 제임스(33·여)는 2002년 당시 고교생이던 ‘올림픽 키드’다. 제임스는 고교를 졸업한 뒤 지역 주민으로서 올림픽 현장을 더욱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관광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솔트레이크시티는 애초 겨울철 스키 관광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올림픽 덕분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조트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민이라 이웃사촌끼리 도시를 지키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파크의 스키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이 가상현실(VR) 스포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이처럼 지역민들이 한데 뭉칠 수 있었던 계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이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약 1만명의 자원 봉사자가 올림픽에서 관광객 안내 등 각종 업무를 도맡았고, 이는 비용 절감과 더불어 시민들이 올림픽을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여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한 SLOC는 올림픽 기간 어린이 13만여명이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고, 유타주 내 모든 고등학교가 올림픽 성화를 받도록 조치하면서 유타주 시민들을 ‘올림픽 공동체’로 결속했다.

이에 대회가 종료된 뒤에도 올림픽 공동체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빙상 경기장 유타올림픽오벌, 설상 경기장 솔저할로 등 16개 경기장에서 쉴 틈 없이 각종 행사가 진행돼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도 100%를 자랑한다. 일례로 유타올림픽오벌은 개별 스케이팅 입장객과 하키 80개팀, 축구 200개팀이 사용해 연간 방문객이 75만명에 달한다. 또한 올림픽 선수촌으로 사용된 올림픽빌리지는 3500명을 수용하는 유타대학교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놀리는 시설이 없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은 대회 직후 3만5000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냈다. 올림픽 파크시티 역시 정규직 75명과 비정규직 600여명이 근무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민이다. 이곳의 관광객 안내센터에서 일하는 폴린(66·여)씨는 “올림픽에서 관광객에게 경기장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그때의 일을 떠올릴 만큼 올림픽에 애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겨울 시설 여름 레저용으로 재탄생

솔트레이크시티는 몰몬교의 중심도시다. 교리에 따라 금욕을 중시하는 만큼 유흥가나 환락가가 없다. 그런데 유독 관광객의 환호와 흥겨운 분위기로 가득한 장소가 올림픽 파크시티와 유타올림픽오벌이다. 무엇보다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곳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올림픽 파크시티의 스키점프대다. 스키점프대 아래에는 간이 풀장이 설치돼 아찔한 공중곡예를 펼친 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 스포츠 시설을 여름 레저 활동용으로 탈바꿈한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이 외에도 올림픽 파크시티는 암벽등반 시설, 올림픽 봅슬레이 코스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대형 튜브 썰매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스키 슬로프 등을 선보여 연간 관광객이 60만명에 달한다. 세부 종목이 17개인 여름 스포츠는 종목당 평균 가격이 1인당 20달러 수준으로 쏠쏠한 수입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철저한 빙질 관리로 유명한 유타올림픽오벌도 주차장이 대부분 꽉 찰 정도로 붐볐다. 이곳의 빙상 트랙 한편에서 미국 국가대표선수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연습을 하고 다른 쪽에선 일반인들이 스피드스케이팅을 즐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루 스케줄이 빈틈없이 짜일 정도로 인기인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의 일반인 전용 프로그램은 미국 대표팀 출신으로 구성된 30여명의 전문 트레이너들이 진두지휘한다. 쇼트트랙 미국 국가대표로 10년 동안 활약한 제프 사이먼(28)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전담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사이먼은 “대표팀 출신이라도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 훨씬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유타올림픽 오벌은 고도가 높아 폐활량을 늘리는 데 탁월해 선수와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오벌에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했다. 평창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둔 한국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토머스 홍(20)도 빙상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오벌은 항상 활기가 넘쳐 좋은 기운을 얻는다.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과 평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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