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 전경. 점프대 아래 풀장이 설치돼 관광객들이 겨울과 여름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
지난 8월 기자가 찾은 솔트레이크시티는 34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도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활기가 넘쳤다. 도시 반경 10㎞ 내의 리조트, 호텔, 별장 100여개는 빈방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의 유지를 이어 받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인구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도시를 사계절 관광 명소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올림픽 파크시티 인근의 섀도 리지 리조트 총괄매니저를 맡고 있는 쇼마라 제임스(33·여)는 2002년 당시 고교생이던 ‘올림픽 키드’다. 제임스는 고교를 졸업한 뒤 지역 주민으로서 올림픽 현장을 더욱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관광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솔트레이크시티는 애초 겨울철 스키 관광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올림픽 덕분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조트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민이라 이웃사촌끼리 도시를 지키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파크의 스키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이 가상현실(VR) 스포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
솔트레이크시티는 몰몬교의 중심도시다. 교리에 따라 금욕을 중시하는 만큼 유흥가나 환락가가 없다. 그런데 유독 관광객의 환호와 흥겨운 분위기로 가득한 장소가 올림픽 파크시티와 유타올림픽오벌이다. 무엇보다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곳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올림픽 파크시티의 스키점프대다. 스키점프대 아래에는 간이 풀장이 설치돼 아찔한 공중곡예를 펼친 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 스포츠 시설을 여름 레저 활동용으로 탈바꿈한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이 외에도 올림픽 파크시티는 암벽등반 시설, 올림픽 봅슬레이 코스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대형 튜브 썰매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스키 슬로프 등을 선보여 연간 관광객이 60만명에 달한다. 세부 종목이 17개인 여름 스포츠는 종목당 평균 가격이 1인당 20달러 수준으로 쏠쏠한 수입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철저한 빙질 관리로 유명한 유타올림픽오벌도 주차장이 대부분 꽉 찰 정도로 붐볐다. 이곳의 빙상 트랙 한편에서 미국 국가대표선수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연습을 하고 다른 쪽에선 일반인들이 스피드스케이팅을 즐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루 스케줄이 빈틈없이 짜일 정도로 인기인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의 일반인 전용 프로그램은 미국 대표팀 출신으로 구성된 30여명의 전문 트레이너들이 진두지휘한다. 쇼트트랙 미국 국가대표로 10년 동안 활약한 제프 사이먼(28)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전담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사이먼은 “대표팀 출신이라도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 훨씬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유타올림픽 오벌은 고도가 높아 폐활량을 늘리는 데 탁월해 선수와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오벌에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했다. 평창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둔 한국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토머스 홍(20)도 빙상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오벌은 항상 활기가 넘쳐 좋은 기운을 얻는다.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과 평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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