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생물주권 인정, 환경 살리고 기업에도 이득”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7-10-16 21:57:34 수정 : 2017-10-16 22:04: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제 심포지엄 참가 팔머 CBD 사무총장 ‘생물 주권’.

각 나라가 영토에 대해 주권을 갖듯 그 땅에서 나고 자란 동식물에 대해서도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일견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국제사회가 생물 주권을 인정하고 행동에 나선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 총회에서 의정서(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제공국의 승인을 받거나 이익을 나누는 공식 절차가 없었다.

지난 8월 당사국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생물자원 발굴과 정책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16일 국립생물자원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인천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크리스티아나 파스카 팔머 CBD 사무총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팔머 사무총장은 이날 나고야의정서가 생물 주권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제 생물자원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과정은 모두 투명하고 문서화된 절차를 밟게 됩니다. 각 나라가 제공하는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모두에게 공개가 되고요. 결국 기업활동에도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나 파스카 팔머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이 16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하지만 앞으로 해외 자원을 쓸 때 전에 내지 않던 로열티를 내야 하는 산업계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특히 생물자원 부국인 중국이 강력한 제재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들고 나오면서 업계는 더 긴장하고 있다. 조례안에는 중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하고 중국 자원으로 얻은 연간 이윤의 0.5∼10%를 이익 공유 기금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 팔머 사무총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나고야의정서는 각국의 유전(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한다”며 “중국은 자국의 우선순위와 이익에 따라 나고야의정서를 이행하는 절차를 밟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소 사무적으로 들릴 수 있는 대답이다. 다만 그는 “나고야의정서는 각국의 특수한 요구에 맞춰 조정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진 만큼 한·중 양국이 함께 나고야의정서를 구현하고 경험을 쌓아 다른 나라에도 이를 공유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CBD는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지속 가능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나고야의정서 이전에도 다양한 국제 협약과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아이치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아이치계획)도 그중 하나다. 아이치계획은 2020년까지 각국이 육지와 내수면의 17%, 바다와 해안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나 파스카 팔머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이 16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천=서상배 선임기자
팔머 사무총장은 “CBD가 발효된 1993년 이후 전 세계 바다·해안 보호면적 비율은 0.3%에서 5.7%로 20배 가까이 늘었다”며 “2020년이면 아이치계획을 달성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지구 생물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6번째 대멸종’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팔머 사무총장은 그래서 기본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무수히 많습니다. 예컨대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유기농은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꿀벌, 새, 나비 같은 꽃가루매개자의 생존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런 매개자들이 사라지면 우리가 좋아하는 초콜릿, 커피,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더는 맛볼 수 없게 되죠. 개인의 활동은 아주 미미해 보이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가였던 팔머 사무총장은 모국인 루마니아에서 환경·물·산림부장관을 역임했고, 그에 앞서 유럽 기후변화총국, 유럽 국제협력개발총국 등을 거쳤다. 환경과 물, 산림을 모두 아우르는 덩치 큰 부처를 이끈 경험에 비춰 우리나라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대해 한마디 부탁했다.

그는 “루마니아의 경우 너무 조직이 커서 비효율적인 면도 있었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며 “한국 정책에 대해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에서는 통합 부처가 합당하다(make sense)고 느꼈다”고 답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낮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와서 보니 한국은 톱클래스 수준의 시설과 기술을 갖췄더군요. 이곳 자원관도 그렇고요. 사회 구성원과 나라가 환경에 관심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앞으로 한국은 더 많은 발전을 이루리라고 봅니다.”

인천=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