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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 비밀은 특별함·친숙함 사이 줄타기

입력 : 2017-10-14 03:00:00 수정 : 2017-10-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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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난 영화·노래·TV드라마 / 일상 속에 판타지 절묘하게 배분 / 대중의 공감 이끌어내는게 비결 / 메가히트작 다양한 사례로 결론
데릭 톰슨 지음/이은주 옮김/송원섭 감수/21세기북스/2만2000원
히트 메이커스/데릭 톰슨 지음/이은주 옮김/송원섭 감수/21세기북스/2만2000원


‘삼시세끼’ ‘알쓸신잡’ ‘윤식당’ ‘꽃보다 ○○’…. 최근 인기를 모았던 예능프로그램이다. 살아 있는 리얼리티, 절로 웃음이 나는 장면 장면들…. PD는 손을 대는 작품마다 히트작으로 만들어낸다. 혼자만 알고 몰래 써먹는, 마법 같은 비법이라도 있는가. 대체 히트의 비결은 무엇인가. PD의 말이다. “마치 다큐처럼 사실로 보이지만, 사람들은 ‘현실에서 추구하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사실적이면서도 친숙한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대중은 늘 새롭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친숙한 요소 속에 특별함이 섞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PD는 대중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대중의 일상(친숙함) 속에 판타지(특별함)를 살짝 섞어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문화산업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특별함과 친숙함의 황금비율을 찾아낼 수 있다면 어느 분야든지 히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매채 다채널 시대, ‘채널 과잉의 시대’에 분산된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집중시킬 수 있을까?

미국 대중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부편집장이자 ‘Inc.’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 중 한 명인 데릭 톰슨은 이 책에서 메가히트작의 비밀을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저자 데릭 톰슨은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기 있는 앱들을 보면 도드라진 점이 있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히트 상품은 몇 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데릭 톰슨은 먼저 히트 상품에 대한 연구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기 또한 날씨처럼 ‘카오스’적이고, 변덕스럽긴 하지만 바이러스성 확산이나 입소문은 절대 아니라고 일축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유 메시지조차 바이러스처럼 퍼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블록버스터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숨은 전파자와 열정적 추종 집단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전파자의 힘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그냥 잊히고 만다는 것. 

미국 드라마 사상 최고액을 받는 ‘왕좌의 게임’ 주연 배우 5인방. 이들 다섯 명은 ‘시즌 7’과 ‘시즌 8’ 13회분에서 출연료로 회당 약 200만파운드(29억230만원)를 벌게 됐다.
저자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성공 등 메가히트작들의 다양한 사례와 실용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고, “고대의 자장가에서부터 현대의 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들고, 친숙한 것은 거리를 멀리 두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네트워크로 ‘의미의 조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전파자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0.1% 히트 메이킹의 법칙이 이것이다. 다만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수단이 달라졌을 뿐이다.

저스틴 비버가 2015년 발표한 ‘쏘리’(Sorry)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곡이다. 하지만 청취자들이 흥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히트프리딕터 통계에서 이 곡은 100점 만점에 77.14점을 받는 데 그쳤다. 평범한 노래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대히트였다.

저자가 인터뷰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는 “특정 장르에서 흥행하는 공식이 25가지가 있다면 이 중 하나만 바꿔보라”고 권한다. 가령 고전 서부 활극의 배경을 우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도 스페이스 오페라가 탄생한다.

40년째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도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워즈는 여러 장르에서 따온 수백 개의 클리셰 조각들을 모아 우주라는 새 공간에 펼쳐놓은 ‘영화 모음’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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