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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한국,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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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1 21:13:57 수정 : 2017-10-11 23: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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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열망보다 / 연구문화·정부 정책 등 개선 필요 / 사회 전반적 기반 갖추지 않은 채 / 좋은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모순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공개됐다. 아쉽게도 올해도 우리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없었다. 물론 노벨상 자체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지만 연구개발 혁신, 기초과학 집중 투자 등 역대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에 비춰 본다면 부진한 결과에 대한 논의의 가치는 있다.

미국에서 영어권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에 비춰보면 확실히 한국 학생들이 수학에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국민이 과학의 기본인 수학에 월등하고, 국가적으로 과학기술분야와 정보통신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일본보다 높은 수준인데도 노벨상의 부진은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러 측면 중에서 우리가 노벨상과 멀어진 가장 근본적 이유는 교육시스템일 수 있다. 노벨상의 가장 중요한 수상기준은 창의성과 독창성이다. 노벨상은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나 발명을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한다. 그런데 국내의 교육은 창의력보다는 주입식과 암기식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학을 잘하지만 시험문제를 푸는 방식을 가르칠 뿐 세상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창의성과 개척성은 부족하다. 국내의 인력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수학적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창의력이 몸에 배지 않은 우리나라 인재에게 노벨상은 다른 트랙일 수 있다.

대학의 연구 평가 척도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단기 업적에 치중한 연구평가는 질보다는 양적인 연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빨리 내는 구조하에서는 장기적이고 모험적이며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기존의 공식이나 이론을 효과적으로 대입하고 적용하는 데 익숙해 있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지는 한국이 노벨과학상에서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일관되지 않은 정부의 정책을 들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중점 육성분야를 새롭게 정하면서 연구자들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연구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시류에 따라 지원되는 분야를 찾아 좇아감으로써 장기적인 연구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대부분의 학자들은 시류에 따른 연구를 한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평생 집중하다 보니 상을 받게 된 것이다.

국내는 연구분야를 정부가 톱다운(top down·하향식)으로 정해 나간다. 가령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후 정부는 바로 인공지능(AI)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나의 사건만으로 AI에 대해 투자 계획을 즉흥적으로 세우는 것은 일관된 전략적 정책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주먹구구식 대응은 우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개척자)가 아닌 선진국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벨상이 최종적·궁극적 목적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나 열망보다 학문자체를 즐기고, 경직된 연구문화를 바꾸며, 일관된 정부의 정책과 효과적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이뤄지는 것이다. 당장은 노벨상에 대한 물신적 열망을 내려놓는 것이 강박관념에 시달린 우리를 해방시켜 좀 더 효과적으로 노벨상에 접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산업·문학 등 사회 전반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채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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