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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 따로 행동 따로’ 정부의 원전 수출 지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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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0 23:34:54 수정 : 2017-10-10 23: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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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수익성과 리스크를 엄격히 따져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기업, 건설사, 금융기관 등 17개 기관이 모여 원전 수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기술이 사장되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안타깝게도 백 장관의 다짐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산자부의 ‘말 따로 행동 따로’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럽 수출형 모델 ‘EU-APR’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획득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 흔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았다. 지난 8월 세계 원전 규제기관 중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의 6단계 중 3단계를 통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원전기술이 미국과 유럽 기준을 모두 통과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실을 홍보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한 여당 의원은 이번 유럽의 쾌거를 놓고 “우리 원전 특허기술력이 보통 수준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고 한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계와의 대화에서 탈원전 노선과는 별개로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지금 허언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탈원전을 홍보하느라 50여년간 구축한 원전 자산이 날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최소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프로젝트 최고책임자와 면담에 서기관급 실무자를 보낸 것도 탈원전 코드 맞추기의 일환이었다.

원전 선진국들은 향후 30년간 600조원에 달할 세계 원전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대항전 양상이 빚어지고 국가 간 합종연횡도 빈번하다. 우리도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해 세계 신규 원전 건설의 20%를 점유하는 세계 3대 원전 수출국이라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원전산업이 적폐 취급을 받는 작금의 현실에선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머리카락과 이쑤시개나 해외에 내다 팔던 우리가 어렵게 개발한 첨단 기술의 수출길까지 스스로 가로막고 있으니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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