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동 감독은 지난 5월 한국여자야구연맹 관계자에게서 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여자야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을 맡아도 되나 잠시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넥스트앤뉴라는 스포츠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느라 바빴지만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는 재능기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볍게 받아들였다”며 여자야구와 인연이 시작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경찰청 코치를 지낸 만큼 지도자 경험을 다시 살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지만 한국 여자야구는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 동 감독은 “국제대회에 나가보면 한국 여자야구 실력이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털어놨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은 18세 이하 고교 선수들이 나섰지만 대부분 야구만 10년씩 한 엘리트 선수들이 나왔다. 대만도 모든 선수가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었다. 그나마 약체인 홍콩을 꺾어야 월드컵 티켓을 딸 수 있는 상황. 동 감독은 “홍콩도 월드컵 진출 욕심이 커서 메이저리그 코치를 데려왔더라. 객관적인 평가도 한국보다는 홍콩이 우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봉철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서울 공릉동 개인 사무실에서 여자야구의 발전을 위해 학교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사실 이번 여자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최고의 팀을 꾸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었다. 동 감독은 “대표팀 소집 때문에 여러 명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직장 때문에 사양했다. 생계가 걸려 있기에 더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며 “야구에 애정이 있어도 여건이 안 돼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현실이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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