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통령이 핵협상 관련 내용뿐 아니라 이란의 모든 나쁜 행태를 살피고 있다”며 “여기에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지역 안전 위협, 세계 제일의 테러 지원, 사이버 공격, 불법적 핵개발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임시방편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광범위한 전략 구상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란과 체결한 핵협정을 준수할지 여부다. 이 협정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국내법 절차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이 협정을 계속 준수할지를 이란에 통보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 핵협정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얻으려고 이란이 이 협정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재평가한 뒤 미국의 협정 준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협정 불인정 방침을 이란에 통보하면 미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이란이 협정의 정신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협정을 불인정하면서도 의회에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요구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 의회가 제재 복원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협정이 폐기되지는 않는다고 미국 NBC 뉴스가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 위협을 강하게 반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7일 테헤란 대학교에서 열린 개학식에서 “핵협상이 ‘윈·윈’ 방식의 접근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핵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도 번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세상에 트럼프가 10명이라고 해도 핵합의는 돌이킬 수 없다”며 “미국이 핵협정을 파기하면 자신을 헐뜯는 일로, 전 세계가 미국을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보도된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협정을 파기하면 이란도 핵협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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