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성남·광주·대구 등 각 지역 공연장에서 주목할 만한 오페라 공연이 연이어 열린다. 왼쪽 사진은 독일 코미셰 오퍼 베를린이 제작한 오페라 ‘마술피리’. 오른쪽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인 베르디 ‘리골레토’. 국립아시아문화전당,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
바그네리안(바그너 팬)이라면 성남아트센터에 눈길이 쏠릴 법하다. 성남아트센터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26, 28, 29일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1979년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어로 공연한 이후 첫 독일어 무대다. ‘탄호이저’는 바그너 작품 중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용으로 꼽힌다. 바그너가 32살에 독일 전설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13세기 독일 기사이자 음유 시인인 탄호이저는 비너스의 동산(베누스베르크)에서 쾌락을 누린다. 권태에 빠진 그는 지상에 내려와 백작이 연 노래대회에 나간다. 우승자는 백작의 딸이자 탄호이저의 전 연인인 엘리자베트와 결혼할 수 있다. 대회에서 탄호이저는 비너스와 나눈 육체적 사랑을 노래해 청중의 공분을 산다. 그는 뒤늦게 후회하며 로마 교황의 용서를 받으러 떠나고, 엘리자베트는 그를 기다리며 쇠약해 간다.
지휘는 영국 코벤트가든, 베를린 도이체오퍼 등에서 활동 중인 미카엘 보더가 맡는다. 29세에 스위스 바젤극장 음악감독으로 임명됐으며 덴마크 왕립극장과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연출은 박상연이 담당한다.
올해로 15회째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12일부터 한 달간 대형 오페라 4편과 소극장 오페라 4편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오페라와 인간’이 주제로 개막작은 베르디 ‘리골레토’다. 독일 연출가 헨드리크 뮐러,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각각 연출과 지휘를 맡는다.
대만국립교향악단과 합작으로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도 올린다. 외투·수녀 안젤리카·잔니 스키키로 구성된 ‘일 트리티코’는 사실주의 오페라만의 매력을 전한다. 이어 이회수 연출, 미네소타 오페라의 부지휘자 조나탄 브란다니 지휘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된다. 2009년 축제에서 관객 호응이 컸던 창작 오페라 ‘능소화 하늘꽃’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 작품은 안동 지역에서 420년 전 미라와 편지가 발견된 데서 영감을 얻었다.
오페라 ‘마술피리’ |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22일 독일 코미셰 오퍼 베를린이 제작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이색적으로 오페라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접목했다. 무대 세트 없이 영상과 연기로 극이 진행된다. 영국 영상 그룹 ‘1927’이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풍부한 상상력과 동화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제작총괄자 필리프 브뢰킹 감독은 “사랑에 대한 시적인 이미지를 그리려 했다”며 “유머와 지적인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초연 후 미국, 중국, 스페인, 러시아 등의 무대에 올랐으며 한국 공연 후 일본, 호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코미셰 오퍼 베를린은 1892년 문 연 극장으로 쿠르트 마주어, 키릴 페트렌코 등이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서울 마포문화재단은 월드컵공연 수변무대에서 14일 비제의 ‘카르멘’을 공연한다. 장수동 연출에 정나라가 지휘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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