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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한·일 양국의 경계인 다룬 장편소설 ‘타타르말’ 나왔다

입력 : 2017-09-29 03:00:00 수정 : 2017-09-28 19: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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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쓰지하라 노보루의 시바 료타로상 수상작 조선과 일본 어느 쪽에도 설 수 없는 한 인간의 슬프고도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타타르말’(쓰지하라 노보루 지음, 이용화 옮김)이 주로 일본 학술서적을 출판하던 논형(대표 소재두)에서 번역 돼 나왔다.

유럽인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운 몽골군을 낮추어 경멸조로 부른 별명이 타르타르(지옥이란 뜻의 타르타로스에서 유래)였으며 그것이 바로 타타르의 어원이 된다. 따라서 타타르는 특정 민족이라기보다는 정착문명에서 바라볼 때 매우 이질적인 아시아적 유목사회 부족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타타르말(馬)’은 일본 에도시대의 한·일 간 선린우호외교의 상징이었던 조선통신사를 테마로 일본과 조선 그리고 몽골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이다.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에 막부(幕府)를 열어 통치하기 시작한 1603년부터 도쿠가와 요시노부(德川慶喜)가 천황에게 정권을 돌려준 1867년까지를 뜻한다.

임진·정유 7년 전쟁 이후 조선과 일본 사이에 평화의 교류가 시작된다. 그리고 조·일 우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조선통신사가 일본 열도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 가운데 벌어지는 치열한 동아시아 각국의 외교 전쟁, 그리고 쓰시마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설의 ‘한혈마(汗血馬)’를 구하러 떠난 한 청년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년은 천마(天馬)를 찾아 바다 건너 대륙을 숨가쁘게 달린다.

조선과 일본 어느 쪽에도 설 수 없었던 한 인간의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신이생(一身二生)의 사연이다.

2009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일본 신문소설의 권위를 인정받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되어 독자에게 호평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2012년 제15회 시바 료타로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현장감각을 살리고자 조선과 일본무역의 거점이었던 한국 왜관을 답사하였고, 대륙을 달려온 한혈마의 배멀미를 씻어주기 위해 들렸던 울릉도까지 방문하는 작가적 노력을 기울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스승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는 조선과 막부 사이에서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한 쓰시마를 구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을 반대하면서 근린우호외교로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교린외교정책을 도쿠가와 막부정권에 강권한 실존인물이다.

책에서 저자는 묻는다.

“외교란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향한 신의와 자신에 대한 긍지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언어를 모국어와 같이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이중첩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이다.”

에도시대만 통할 수 있는 경구는 아닌 듯 싶다. 절대 강자들이 한반도 주변을 에워싼 21세기 동북아시아에도 에도시대 때의 이치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역사는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한다는 성현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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