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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징계 낮추기 대행”… 재심 노린 얄팍한 상술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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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4 19:09:23 수정 : 2017-09-24 2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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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 편에 선 행정사 광고 ‘눈살’ / 온라인서 ‘성공사례’ 버젓이 광고 / ‘학폭에 경종’ 사회적 분위기 역행 / “피해자 외면 돈벌이 급급” 비난도 / 광고 내용·수위 등 제재 기준 시급
‘축! 퇴학 처분 취소를 축하합니다.’

직장인 A(37)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학교폭력 관련 정보를 찾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학교에서 또래 아이를 괴롭혀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이 재심을 통해 징계가 취소됐다는 내용의 홍보성 글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몸에서 발견한 멍 자국 때문에 학교폭력 관련 정보를 찾던 A씨는 피해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사의 광고 문구에 속이 상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 여론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는 관련 업계의 부적절한 광고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한 상황에서 관련 기관 및 협회의 적극적인 계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학교폭력’과 ‘학교폭력 징계’, ‘학교폭력 처분’ 등 관련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혹은 가해자로 오인받은 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춰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일종의 ‘성공사례’가 다수 검색됐다.

징계 처분 관련 상담이나 처분에 불복하기 위한 절차 안내 등 정보전달 목적의 평이한 글도 있지만 ‘졸업을 앞두고 퇴학 처분을 당해 안타까운 사연’, ‘대학 진학에 난관이 예상되니 반드시 감경이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맞게 된 큰 시련’ 등 가해 학생 편에 선 다소 자극적인 표현의 광고도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 같은 포스팅은 주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이나 제출 등을 대리해 주는 행정사들이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행정사들은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폭위에서 결정된 징계에 관해 재심 청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피해 학생이나 가해학생은 학폭위 조치에 이의가 있는 경우 각각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와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학폭위의 조치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해·가해 학생 측이 재심을 청구하는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학년도 267건에 불과한 피해학생의 재심 사건 처리 건수는 2015학년도 571건으로 급증했고 2016학년도에는 799건으로 치솟았다. 가해학생이 청구한 재심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2013학년도 373건에 불과했던 가해학생 재심 처리 건수는 2016학년도 500건으로 크게 늘었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자극적인 광고글이 늘고 있는 데에는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이나 학폭위 처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 상황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이 적정한 징계를 받지 않아 같은 장소에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공포 등을 호소하는 반면 가해 학생 중 일부는 주범이 아닌데도 학교 측이 급하게 중징계를 결정해 갑자기 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징계 결정에 대해 구제를 받기 위한 수요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들을 노린 ‘틈새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학부모와 학생의 난처한 상황을 볼모로 삼은 관련업계의 홍보 행태를 막거나 제재할 기준도 딱히 없는 실정이다. 즉 광고의 내용과 수위는 결국 행정사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준 한국행정사협회 회장은 “광고, 홍보에 대한 자체적 기준은 없다”며 “다만 문제가 됐을 경우 협회 정관 규정에 따라 징계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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