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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트럼프-김정은, 막장 대결 드라마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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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4 14:17:30 수정 : 2017-09-24 14: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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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극한 대결로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태평양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소 폭탄 실험 위협을 가한 뒤 23일(현지시간) 오후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섰다. 리 외무상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앨라배마 주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고, 단호한 대북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미치광이들이 사방에 로켓을 발사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사실 그는 오래전 클린턴, 오바마 정부 때 처리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맡아 하겠고, 정말 그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면서 “내가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23일 B-1B 랜서가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휴전선(DMZ) 최북쪽으로의 비행”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USA 투데이 등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김정은 간 대결로 한국 전쟁 종전 이후 최고로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젊은 혈기의 김정은과 국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없는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트럼프가 극적인 타협에서부터 제2의 한국 전쟁 촉발 등 극과 극을 오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착 상태 장기화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미국은 대북 경제, 외교 제재를 강화하는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북한은 이때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을 촉발하지 않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도발할 수 있다. USA 투데이는 “미·북 양측간 말 폭탄이 오가면서 현재의 긴장 상태가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화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국장은 “북한이 괌 포위 사격 위협을 했다가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위험하지만 덜 호전적”이라며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지금은 뉴 노멀(new normal)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긴장 상태가 정상처럼 계속될 것이라는 게 루이스 연구원의 주장이다.

김정은 성명 발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1일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는 사진을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1면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북·미 비밀 대화


미국과 북한은 막후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여는 공식 대화가 열리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북한이 미국 등과 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을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게 되면 미국이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은 그러나 막후 대화 채널을 유지해야 오판에 따른 전쟁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USA 투데이가 지적했다. 양측은 막후 채널을 통해 서로 협상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이 가시 돋친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어 당장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실현 불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도 이미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이라며 여건이 맞으면 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도 트럼프와 회담을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고, 자신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크로닌 CNAS 국장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화해를 표방하면서 청와대에 입성했다. 김정은이 최근 몇달 동안 도발을 계속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구상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속해서 북한의 문을 노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분야에서 진전을 볼 여지는 남아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남·북한 접촉을 어떻게 볼지 미지수이다. USA 투데이는 트럼프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한 간 포괄적인 협의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의 한국전쟁

트럼프 정부는 대북 협상을 선호하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 옵션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 등은 “여러 군사 옵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떤 군사 옵션도 대참사를 유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북한은 특히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고, 1백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다. 북·미 간 말 폭탄 주고받기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한쪽이 오판을 하는 사태가 있을 수 있다. 북한과 미국 모두 기습을 당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상대방의 공격 징후가 있으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루이스 국장은 “지금 서로 선제 타격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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