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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안방 아닌 카페에서 '영역표시'하는 손님들

입력 : 2017-09-23 17:00:00 수정 : 2017-09-23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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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무개념 카공족을 위해 주차요금처럼 시간 단위로 카페 이용 요금을 받아야 한다"며 "카페에서 공부를 해도 1~2시간이 적당한 것 같다. 최소한의 배려와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주변에 민폐도 적당히 좀 끼쳐라. 가장 저렴한 2000원~4000원의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한 뒤 자리 차지하고 나가질 않는다"며 "더 황당한 건 다른 손님들이 않지 못하게 책과 노트북도 펼쳐놓고 있다. 카페 주인과 다른 손님들은 무슨 죄냐"고 반문했다.

C씨는 "원래 카페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카페에서 업무 미팅하는데 옆에서 자꾸 누가 눈치 주길래 쳐다보니 공부하는 카공족이었다"고 말했다.

D씨는 "집 근처 공공도서관 열람실 가서 새벽부터 심야시간까지 공부하는 게 습관화되면 카페 가서는 공부 못 한다"며 "그저 커피 마시면서 편히 쉬다 가고 싶은데 자리가 없어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E씨는 "카페 와서 공부하는 게 개인의 자유라면, 이곳에서 수다 떨며 친구들과 시간 보내는 것도 자유"라며 "카공족이 마치 대단한 벼슬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근 카페가 또 다른 '집(home)'이 되어 가고 있다.

기존 사교의 장에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코피스족(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커피류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에 달한다.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즐기는 셈이다.

현재 추정되는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약 10만개로, 전국에 편의점이 5만4000여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전문점은 편의점보다 2배 가량 더 많다.

◆사교모임의 장이었던 카페, '또 하나의 집'으로 재탄생

골목마다 들어찬 카페에는 이제 내 집보다 편안하게 여유와 취미생활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사교 모임 장소로 활용되던 카페는 지친 직장인이 편안하게 ‘쪽잠(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을 즐기고, 학생들은 공부에 열중하는 '또 하나의 집'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카페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7일까지 블로그(5억1084만건), 트위터(94억3762만건) 내 카페 관련 게시글을 살펴봤다.

사람들이 주로 카페에 머무는 시간대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별 카페 언급(버즈)량을 분석한 결과 저녁(71만5516건)이 가장 많았고 아침(57만7188건), 점심(49만2657건)이 뒤를 이었다.

월별로는 더위를 피할 수 있다는 카페의 매력 탓에 △7월(85만3474건) △8월(84만9341건) △6월(82만1520건)이 월별 카페 언급량 순위 1·2·3위를 차지했다.

최근 카페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활동은 타인과의 대화가 아닌 '휴식'과 '공부'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이른바 '멍때리기' 차원을 넘어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카페'가 입소문을 타며 호응을 얻고 있다.

수면카페 언급량은 2011년 2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403건까지 폭증했다.

◆대화 아닌 휴식과 공부…타인과 소통 단절 우려도 '高高'

절간처럼 조용한 곳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탁 트인 공간에서 공부나 일을 하면 더 집중이 잘 된다는 일부의 인식 속에 카공족과 코피스족이라는 신조어도 대중화하고 있다.

카공족과 코피스족 언급량은 2014년 494건에서 지난해 2233건으로 7배 정도 증가했다.

'카페'와 '공부하다'는 단어가 함께 사용된 버즈도 2011년 10만7886건에서 지난해 21만1753건으로 두 배 늘었다.

이에 반해 카페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활동인 '수다'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카페 연관 언급량 순위를 보면 '수다'는 2015년 28위(7만9318건)에서 지난해 40위(7만3071건) 올해(7월 기준) 46위(4만2419건)로 하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카공족이 중요시하는 카페 요소인 '인테리어'는 2015년 12위(17만5368건), 지난해 10위(20만893건), 올해 7위(15만113건)로 상승했다.

카공족이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무는 특성을 반영한 듯 '의자' 언급량도 2015년 35위(6만7707건), 지난해 38위(7만5153건)에서 올해 24위(7만556건)로 껑충 뛰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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