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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총회장을 대선 유세장으로 만들어

입력 : 2017-09-20 16:27:54 수정 : 2017-09-20 16: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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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장을 한순간에 대선 유세장으로 바꿔놓았다. 역대 미 대통령은 대부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세계 평화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철학적 아젠다를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호전적 태도로 현실주의 정치노선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 지도자와 청중 앞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를 제기할 때도 ‘북한 완전 파괴’와 같은 섬뜩한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특히 ‘로켓맨’ ‘자살 임무’ 등과 같은 자극적 용어를 자신이 직접 선택해 연설문에 넣었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2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당신들이 항상 당신네 국가들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처럼 나도 항상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더는 편파적 동맹이나 협약을 맺지 않고, 유엔 같은 기구에서 불공평한 재정적 부담도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주’, ‘주권’이라는 단어를 총 21차례 사용하는 등 미국의 독자노선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주, 주권 같은 단어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비민주 국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상쇄하려고 애용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동안 박수가 5번 나왔으나 대선 유세와 같은 호전적 연설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과 외교단은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현안으로 북한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하면서 약 5분 동안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 대표단은 제비뽑기로 유엔총회장 맨 앞줄 좌석을 배정받았으나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되자 갑자기 일어나 퇴장해 버렸다. 트럼프가 연설하는 동안 북한 대표부 실무자 한 사람이 남아 고개를 푹 숙이고 메모를 계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을 쏟아내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난감해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는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 차남인 에릭 트럼프 등 가족을 유엔총회장에 출동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장에서 북한에 ‘선전포고’를 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200여명과 함께 오찬을 즐겼다고 시사종합지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가 각국 지도자와 외교관 등을 초청한 오찬에는 세 가지 코스의 요리와 와인 등이 나왔고, 메뉴 이름 중에는 ‘와일드 로켓’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점을 의식한 듯 일본식 ‘와규 스테이크’도 나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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