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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천국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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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0 09:33:42 수정 : 2017-09-20 09: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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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의 나이에 지옥을 경험한 청년이 있었다.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그는 반파시즘 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었다. 미결수 감옥에 수감된 청년은 열차에 태워져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옮겨졌다. 청년은 그곳 죽음의 늪에서도 살아남았다. 당시 청년과 같은 열차의 객실에 있던 45명 중에서 생존자는 겨우 4명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으로 펴냈다. 청년의 이름은 프리모 레비였다. 청년은 책에서 아우슈비츠로 떠나기 전날 밤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 삶과 작별했다.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곤드레만드레 취하는 사람, 잔인한 마지막 욕정에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여행 중 먹을 음식을 밤을 새워 준비했고 아이들을 씻기고 짐을 꾸렸다. 새벽이 되자 바람에 말리려고 널어둔 아이들의 속옷이 철조망을 온통 뒤덮었다. 기저귀, 장난감, 쿠션, 그리고 그 밖에 그녀들이 기억해낸 물건들, 아기들이 늘 필요로 하는 수백 가지 자잘한 물건들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는가? 내일 여러분이 자식들과 함께 사형을 당한다고 오늘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을 것인가?’

어머니의 사랑은 지옥의 수용소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위대한 장면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죽음을 앞두고서도 아기의 기저귀를 빨고 젖을 먹이는 어머니….

아우슈비츠는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지옥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이 있는 한 더 이상 지옥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지옥이란 사랑할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천국은 꽃이 만발하고 새가 노래하는 낙원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따스한 사랑의 온도가 존재한다면 아우슈비츠도 천국이 될 수 있지만 그게 없다면 천국도 지옥이 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오직 사랑뿐! :출처 에세이집 《사랑의 온도》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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