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선 시대 영조. 살려 달라는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때로는 아버지이지만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만 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가 독백한다.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왕의 아들은 왕의 아들다워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거기서 역사의 비극이 시작됐다. 르네상스 시대 명사인 포를리의 마돈나 카테리나. 적들이 포로로 잡은 카테리나의 자식들을 성 앞으로 끌고 와 죽이겠다고 위협했을 때 카테리나는 성 위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며 외쳤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낳을 능력이 있다.” 단호함에 질린 적들은 줄행랑을 쳤다.

영조는 왕조를 위해 자식을 죽이고 카테리나는 성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버렸다. 본성이 악해서가 아니다. 죽기 살기 식의 정치 속성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겪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두 사건 못지않다. 음모가 판을 치고 정치적으로 매도했다. 한국 정치인은 자식을 잘 둬야 한다. 정몽준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아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미개하다”고 표현해 눈물로 읍소했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변호사는 “자식 교육을 방치한 사람이 무슨 교육감 자격이 있나”라는 딸의 글에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식 잔혹사에 큰 획을 보탰다. 그의 아들은 후임병 구타사건에 이어 마약 투약 혐의로 어제 구속됐다. 남 지사는 “아버지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불찰”을 사과하면서 “도정은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고도 했다. 도지사와 아버지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두고 인터넷이 뜨겁다. “집안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도지사냐”라며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아들이 성인이고 사적 문제인데 공적인 일을 하는 도지사에게 책임을 묻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우리 속담에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남경필 아들 사건은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동병상련의 측면이 적지 않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