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진퇴 여부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반부패 운동을 주도해 온 왕 서기의 진퇴가 시 주석의 절대권력 확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8월 베이다이허 비공개 회합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왕 서기가 최근 중국 중앙방송(CCTV)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임설이 힘을 얻는가 싶었지만 다시 퇴진설이 힘을 받고 있다. 왕 서기가 한 사석에서 만난 지인에게 “은퇴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고 홍콩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최근 열린 전국 기율검사감찰 표창대회에 참석한 왕치산 서기가 두 손을 마주잡고 참석자들의 박수에 호응하고 있다. 홍콩명보 캡처 |
왕 서기의 유임여부가 크게 부각된 것은 ‘7상8하(七上八下)’라는 중국 인사원칙에 대한 불문율 때문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원칙은 1980년대 덩샤오핑이 정한 후 지켜져 온 중국 정치의 불문율에 해당한다.
따라서 1948년생인 왕 서기는 올해 69세다. 원칙대로라면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그동안 시 주석의 최근으로 활약하면서 끊임없이 유임설이 계속 제기됐다.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한층 강화하면서 당내 인사원칙을 깨고 그가 유임될 수 있을지 관측이 계속 나왔던 것이다. 특히 그의 유임 여부가 시 주석 권력 강화의 척도로 인식되면서 더욱 부각됐던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과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
왕 서기가 유임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베이다이허 비공개 회합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왕 서기가 지난 6일 공개 행보를 다시 시작함에 따라 여전히 유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CCTV 등 언론들은 지난 6일 일제히 왕 서기가 지난 3∼5일 후난(湖南)성을 시찰 활동하고 순시공작 좌담회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왕 서기가 관영매체에서 등장한 것은 시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지난달 1일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건강 이상설이나 실각설 등을 부인하는 듯한 그의 공개활동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유임 논란이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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