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네트렙코 |
‘별들의 향연’을 열 첫 주자는 안나 네트렙코다. 10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첫 내한은 지난해였다.
러시아 출신인 네트렙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시절 마린스키극장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다 발탁된 일화로 유명하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무대에 세웠다. 2000년 마린스키극장이 제작한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가 세계 주요 극장에서 성공하며 주역을 맡은 그 역시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용숙 오페라평론가는 “네트렙코는 아주 가벼운 리릭 콜로라투라로 시작했지만 출산 이후 음색이 어두워지고 저음이 풍성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틱한 역할까지 도전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로엔그린’이나 ‘맥베스’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세계적 디바라면 가수가 배역에 완전히 동화돼 관객이 ‘저 인물은 비올레타다, 질다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네트렙코는 이를 빼어나게 해낸다”며 “오페라의 역할을 생생하게 극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가수”라고 전했다.
그러나 네트렙코는 미모·연기에 성악적 약점이 가려졌다는 평도 받아왔다. 유형종 오페라평론가는 “네트렙코는 몸을 던지는 연기로 보는 이를 열광시키고, 관객을 존중하는 제스처를 취해 인기가 높다”며 “반면 성악적으로 다소 정교하지 못하고 음정이 불안해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안젤라 게오르규 |
게오르규는 루마니아 시골 마을 아주드의 가난한 철도 기관사의 딸로 태어났다. 14세 때 고향을 떠나 부쿠레슈티 음악원에서 성악을 배웠다. 무명의 그는 1994년 11월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를 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솔티가 마지막 리허설 때 게오르규의 아리아에 감명받아 눈물을 쏟은 일화가 유명하다. 출중한 재능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췄다.
유 평론가는 “게오르규는 세기의 성악가”라며 “음색, 외모, 연기력을 종합적으로 갖췄다. 마리아 칼라스와 흡사한 가수”라고 평했다. 그는 “게오르규는 특히 무대에서 우아한 카리스마가 빛난다”며 “다만 베르디 일부와 푸치니 등 자기 레퍼토리를 벗어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디아나 담라우 |
이 평론가는 “세 소프라노 중 가장 기대하는 이는 담라우다. 꼭 들어봐야 할 소리”라며 “우리 시대 최고의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담라우가 노래할 때면 테크닉이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며 “기교면에서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듣고 있으면 청각적 쾌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동북아 클래식 시장
세계적 디바들의 공연이 겹친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클래식 음악시장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란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네트렙코나 담라우가 전성기에 한국을 찾는 건 유럽·미국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악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전반에서 점점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내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평론가는 “중국·홍콩·일본·한국이라는 동북아 벨트 자체가 세계 클래식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며 “특히 중국과 대만에 좋은 오페라 극장들이 생겨나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해외 클래식 음악가 사이에서 서울이 중요하게 인식되는 건 사실”이라며 “중국 시장이 성장 중이지만 관객 예절 등이 덜 정착된 반면 한국은 관객 매너가 좋기로 음악인 사이에서 소문이 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성악 공연은 수익을 내기 힘든 장르임에도 이번에 티켓 가격이 7만∼35만원으로 비싸게 책정된 것은 그만큼 흥행이 보장됐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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