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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 ‘은비의 죽음’ 1년 후…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입력 : 2017-09-17 20:00:25 수정 : 2017-09-17 2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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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양부 무죄 주장 상고장 제출… “훈계 차원 체벌” 변명으로 일관 /‘수사 혼선·방해 ’ 의사·입양기관장… 아동학대 혐의 처벌할 방법 없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입양절차를 건너뛰고 2015년 말 대구의 한 가정으로 인계된 은비(가명·사망 당시 4세)는 8개월 뒤 멍과 화상 자국이 가득한 몸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사 판정을 받았다. 탁구공만 한 혹이 생길 정도로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은비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다가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수사 결과 입양절차가 무시된 점, 아동학대 신고를 오인 신고로 바꿔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점, 물고문 및 상습적인 폭행 등의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은비가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어린 생명의 어이없는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은비의 양부는 가해 사실이 인정돼 1, 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대구고법에 따르면 지난 7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양부 백모(53)씨가 나흘 만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되자 이에 불복한 것이다.

은비 사망 이후 백씨는 “훈계 차원의 가벼운 체벌을 했을 뿐 구타는 한 적이 없다”, “피해자 몸의 상처는 자해나 사고에 의한 것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머리와 눈, 발바닥 등에 난 멍과 상처는 가벼운 체벌로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법의학자의 진술 등을 감안할 때 자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더욱 엄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의해 손과 불상의 도구로 머리 부위를 맞아 뇌간 손상에 의한 뇌사 상태에 빠진 끝에 사망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백씨가 초범이고 지인들이 선처를 호소했다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뉘우침을 찾아보기 어렵고 피해자 측이 엄벌을 호소하는 점을 들어 형량을 5년이나 늘려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은비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어 주변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은비가 저나트륨혈증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은비의 몸에서 멍 자국·화상 자국을 목격한 담당의사는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를 위해 출동했지만 백씨와 친분이 있던 소아과 A교수가 오인신고라며 이들을 돌려보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입양기관의 원장이 은비 친모의 면회, 언론과의 접촉을 수차례 제지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도 공개된 바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당시의 아동학대 의심신고 이후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은비의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아동학대 신고 및 수사를 방해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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