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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걸핏하면 미국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 사이트로 몰려갔다. 18대 대선 직후 한 누리꾼이 “18대 대선 개표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한 선거결과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인들은 헌법상의 권리로 수개표를 요구하고 있다”고 청원하자 많은 한국인들이 동참했다. 올 초에는 친박단체가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의해 탄핵되어선 안 된다”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박 대통령은 검찰 특검 국회에 의해 반헌법적인 탄핵 소추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문제를 미국에 호소하는 것은 나라 망신시키는 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구 말대로 참으로 묘한 의식세계다.

한국인들이 애용했던 백악관 사이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9월 문을 연 청원사이트 ‘위더피플’(We The People)이다. 청원 등록 30일 안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답변해야 한다. 이 사이트에선 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네티즌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린 뒤 일본인들 중심으로 10만명 넘게 서명하자 한인 사회가 ‘소녀상 지키기’ 청원 운동으로 맞불을 놨다.

‘위더피플’을 닮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소통 광장’ 게시판이 뜨겁다. ‘토론방’ ‘국민청원 및 제안’ ‘국민신문고’ 사이트가 각종 청원과 민원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최고 인기다. 베스트청원 리스트엔 ‘소년법 폐지’ ‘여성의 국방의무’ 등이 올라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고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에 대해, 가장 책임있는 정부 및 청와대 당국자(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몇명 이상 추천하면 답변한다는 기준은 아직 없다.

국민이 정부에 정책을 직접 제안하는 것은 소통 차원에서 권장할 일이지만 인터넷 마녀사냥 같은 부작용도 걱정된다. 어쨌든 청와대 창구가 활짝 열려 있으니 더 이상 백악관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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