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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으로 상대적 열세에 놓인 집단을 ‘소수’라고 한다. 정치적·군사적으로 취약한 집단이어서 ‘다수’에게 박해받는다. 나라 잃고 떠돌던 유대인이 대표적 사례다. 나치독일에선 증오의 대상이 돼 게토에 격리됐다가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당하기도 했다.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수난을 겪고 있다. 미얀마를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미얀마 독립을 막는 데 로힝야족을 이용한 전력이 있는 데다 독립 후에 분리운동을 벌이자 박해 대상이 됐다. 1982년 집권한 군부정권이 국적법을 제정할 때 135개 소수민족에 국적을 부여했지만 110만명으로 추산되는 로힝야족은 제외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교육·노동 등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빈곤에 시달린다.

최근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 간 유혈충돌 과정에서 로힝야족 1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37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미얀마군과 지역 민병대가 로힝야족 마을을 불태우고 달아나는 이들에게 발포하는 등 초법적 처형을 자행했다고 한다.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현 사태를 ‘가짜뉴스’라고 호도해 비난받고 있다. 수치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13일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는 공식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고 법·질서를 재확립해 시민들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를 이끈 데스먼드 투투 주교 등 노벨상 수상자 12명은 안보리에 보낸 공개서신에서 “유엔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결단력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개입을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로힝야족의 인권과 생존권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인도 출신 문화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저서 ‘소수에 대한 두려움’에서 “민주적인 사회도 종족에 기초한 민족주의의 돌출이나 종족 학살로 인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미얀마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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