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솔직 대담 특강 및 토론회에서 학생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연세대 사회학과 특강에서 혁신위 발표에 대해 “한국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당을 나가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는 “한국당은 탄핵을 당한 정당이라는 프레임(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분들에 묶여 도매금으로 좌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친박계도 직공했다. 홍 대표는 “친박은 이념 집단이 아니다. 국회의원 한 번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잡은 집단이지, 이념으로 박 전 대통령과 뭉쳐진 집단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13일까지만 해도 대응수위를 조절했던 친박계는 홍 대표의 직격에 격앙됐다.
최경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에서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팔아가면서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제 와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의원은 또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회한에 발걸음이 무거웠다”며 “박 전 대통령과도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추진과정과 연세대 특강에서의 발언을 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스라소니’는 상대를 물어뜯어 제압할 수는 있어도 조직의 무리를 이끌 수 없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의 별명 중 하나인 ‘독고다이’를 언급, “‘독고다이’는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출신인 황성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에 반발해 혁신위원 직에서 사퇴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조만간 다시 모여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친박계의 ‘실력행사’는 한국당이 15일 대구에서 여는 장외집회에서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TK(대구·경북)에서 홍 대표가 어떤 위치인지 보여줄 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연세대 특강에서 학생들의 ‘촌철살인’ 식 질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사회학과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홍 대표는 부인에게 ‘촌년이 출세했다’는 말을 했다. 돼지 발정제 사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자신을 ‘창녕 촌놈’이라고 부르며 “경상도에서는 이런 말이 여성 비하가 아닌 친근한 말”이라고 설명했고 돼지 발정제 문제는 대선 기간 때 한 해명을 반복했다.
이도형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