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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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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4 21:08:33 수정 : 2017-09-14 21: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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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착각
자녀를 위한 지나친 희생은 부정적 영향
최근 부모의 우울로 인한 가족 동반자살 사건이 점차 늘고 있다. 며칠 전 경기도에서 남매를 데리고 자살을 시도한 엄마, 또 울산에서 두 아들 목을 조르고 동반자살을 시도한 사건 등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그중 우울증을 앓는 엄마가 어린 자녀를 죽이고 자살을 시도한 경우 ‘동반자살’이 아니라 ‘우울증 살인’이라고까지 언급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녀와 동반자살하는 심리는 ‘이타적 살해’ 동기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타인, 바로 자식을 위해서 하는 행위일 수 있다. 내가 죽고 나면 자녀가 스스로 개척해야 할 세상이 너무나 힘들기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병으로부터의 고통, 빈곤으로부터의 고통에서 말이다. 또한 부모가 자살하려고 할 때 이 혼잡한 세상에 자식을 혼자 놔두고 갈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동기는 사실 자식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이런 동반자살은 서양에서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개별적 유기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부모는 자살을 택하더라도 나와는 별도로 자식의 삶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이런 동반자살 사건이 많다. 그런데 일본 부모는 자식을 살해 후 동반자살을 하는 것이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부모가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이, 부모가 겪는 모든 일에 대해서 자녀도 똑같이 영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녀를 ‘일심동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불명예로운 일을 겪게 돼 죽음을 택할 때 가족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렇게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부모의 경우 절박한 상황에서 자살충동을 느낀다면 어린 자녀와 동반자살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반대로 자녀를 보면서 자녀를 위해서라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가질 수도 있다. 우울해지고 자살충동을 느끼더라도 자신에게 의존된 아이를 보면서, 도리어 아이를 위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다시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직 자녀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친다거나, 자녀가 본인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되는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자녀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의식중에 부모는 자신의 희생을 표출하며 자녀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자녀는 부모에 대한 죄책감을 발달시킬 수 있고, 희생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가지게 된다. 이런 죄책감과 의무감은 자녀가 성인이 돼도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지나친 희생정신은 금물이다.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그 자체로서의 인격체임을 인정해야 한다. 자녀 인생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지나친 생각도 버려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잠시 도와줄 뿐 서로가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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