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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범조귀사서(凡朝貴私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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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4 21:17:59 수정 : 2017-09-14 21: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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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중앙조정의 고위공직자가 사사로이 편지해 청탁하는 것을 들어줘선 안 된다.(凡朝貴私書 以關節相託者 不可聽施)”

다산 정약용 선생이 부정한 인사 청탁을 비롯한 비리성 민원을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목민심서’에 소개돼 있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는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만큼 인사는 특정 조직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기관의 인사개혁이 절실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인 공공기관 채용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를 해보니 사장 조카부터 여당 의원의 비서관 출신까지 황당한 채용 과정을 거쳐 속속 공공기관에 자리를 잡았다. 인사난맥상이다. 아니 요지경이요 복마전이다.

다수 지도층인사가 채용 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한 성공은 파멸을 맞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일부 공직자의 추악한 비리는 끝을 모른다. 최고 권력자 주변 인사들이 주로 채용 비리에 연루되고 있다. 실세들부터 마음을 비워야 한다. 올바른 인사는 ‘공성신퇴(功成身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측근들이 공을 세운 이후 자리다툼을 하지 않고 겸허히 물러난다는 뜻이다. 공을 이뤘다고 보상을 바라는 참모들은 등용이 됐다 해도 비리에 젖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공성신퇴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저 머무르지 않기에, 이로써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는 말에서 유래됐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비리로 채용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청탁 관련자들의 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악행이 백성의 삶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면 하늘은 그의 자리를 박탈한다(其惡族以賊害民者 天奪之).” 중국 한나라 때의 정치·도덕 논문집인 춘추번로(春秋繁露)의 경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凡朝貴私書 : ‘무릇 중앙조정의 고위공직자가 사사로이 편지해 청탁한다’는 뜻.

凡 무릇 범, 朝 조정 조, 貴 귀할 귀, 私 사사 사, 書 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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