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배경 소외된 사람들 출구 모색
“안개? 젠장, 이건 계산에 없던 변수다. 용주는 떼 지어 밀려오는 안개를 노려보았다. 그는 브레이크 페달 위에 올려놓은 다리를 덜덜 떨었다. 속도 계기판에서 파리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용주는 파리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전방을 주시했다. 파리는 유유히 제 맘대로 실내를 날아다녔다. 용주는 제 목을 쓰다듬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 장편은 용주가 안개로 인해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도로에서 레이싱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치라도 앞이 보이는 인생이라면 무모하게 달려갈 수 있을까. 용주를 비롯한 기성과 영미와 수인. 이들이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이다. 한결같이 억압되고 소외된 사연을 안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조건을 안고 그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전민식은 이 소설 취재를 위해 1년 반 동안 매달렸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진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꿈이나 야망을 이루려면 지금 내가 가진 걸 전부 버리는 용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한 용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을 따라가면 말미에 용주가 사막 랠리를 시작하는 장면에 이른다. 랠리란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이 아니라 온갖 복잡한 여건의 삭막한 길을 달려 죽음을 무릅쓰고 목적지에 이르는 경기다. 전민식은 이 소설 마지막을 이렇게 썼다.
“소리는 모래알에 부서지고 태양에 흐느적거리며 녹아버렸다. 그래도 그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탄 차는 모래 폭풍이 일고 있는 길을 따라 달렸다. 지평선을 향해 달렸다.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 그곳을 향해 달렸다. 그들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이 막 시작되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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