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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 이루려면 집착에서 벗어나라”

입력 : 2017-09-14 20:52:33 수정 : 2017-09-14 20: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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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식 새 장편소설 ‘알 수도 있는 사람’
레이싱 배경 소외된 사람들 출구 모색
제8회 세계문학상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문단에 나온 전민식(52·사진)의 새 장편 ‘알 수도 있는 사람’(답)은 레이싱의 세계를 배경으로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출구를 모색한다. 이들이 등장하는 배경은 배기량 2000cc 이하 소형차로만 벌이는 거리 레이싱이다. 외제차로 새벽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상류층 오렌지족 일탈의 대척점에 선 흥미로운 설정이다.

“안개? 젠장, 이건 계산에 없던 변수다. 용주는 떼 지어 밀려오는 안개를 노려보았다. 그는 브레이크 페달 위에 올려놓은 다리를 덜덜 떨었다. 속도 계기판에서 파리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용주는 파리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전방을 주시했다. 파리는 유유히 제 맘대로 실내를 날아다녔다. 용주는 제 목을 쓰다듬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 장편은 용주가 안개로 인해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도로에서 레이싱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치라도 앞이 보이는 인생이라면 무모하게 달려갈 수 있을까. 용주를 비롯한 기성과 영미와 수인. 이들이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이다. 한결같이 억압되고 소외된 사연을 안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조건을 안고 그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자유로에 휴게소가 있는데 밤에 늦게 가면 외제차가 많이 보여요. 그들은 대부분 자유로 끝에서 레이싱을 하는 애들이죠.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로도 달리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요즘 보면 사회적으로 20대는 물론이고 50대까지 모두 심리적으로 억압돼 있는 상황 같아요. 정리해고에 권고사직, 젊은이들은 취직 걱정…. 의술은 좋아졌는데 살아갈 나날은 막막한 현실. 이런 상황에서 큰돈을 들이거나 혁신적 생활 변화를 이루기는 힘들지만 자기가 몰고 다니는 소형차로 끝까지 달려볼 수는 있지요.”

전민식은 이 소설 취재를 위해 1년 반 동안 매달렸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진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꿈이나 야망을 이루려면 지금 내가 가진 걸 전부 버리는 용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한 용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을 따라가면 말미에 용주가 사막 랠리를 시작하는 장면에 이른다. 랠리란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이 아니라 온갖 복잡한 여건의 삭막한 길을 달려 죽음을 무릅쓰고 목적지에 이르는 경기다. 전민식은 이 소설 마지막을 이렇게 썼다.

“소리는 모래알에 부서지고 태양에 흐느적거리며 녹아버렸다. 그래도 그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탄 차는 모래 폭풍이 일고 있는 길을 따라 달렸다. 지평선을 향해 달렸다.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 그곳을 향해 달렸다. 그들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이 막 시작되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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