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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지난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분홍색 헤어롤을 풀지 않고 출근했다. 헤어롤은 ‘일하는 여성’의 상징이 됐다. 젊은 여성들이 출근 때 헤어롤을 붙이고 다니면서 유행을 확산시켰다.

정치인들의 헤어스타일은 경쟁력의 상징이자 시대의 산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갖다붙인 머리’는 비아냥에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웨이’의 상징이다. 핵 도발로 미국의 최대 위협이 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퍼트린 ‘패기머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 문화혁명을 이끈 마오쩌둥의 저돌성이 묻어나는데, 런던 헤어숍에서 김 위원장의 포스트를 내걸고 남성커트 15% 할인 이벤트를 했다가 북한 대사관의 항의를 받았다. 은유적 표현 ‘Bad Hair Day?(머리 아픈 날?)’ 문구를 써 붙인 게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로 어머니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이젠 ‘숙명’을 상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흰머리가 지난해 화제가 됐다. 2009년 취임했을 때의 검은 머리와 비교해 흰 숱이 유난히 늘어난 게 대통령직의 고단함으로 비쳐져 지지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흰머리는 서양에서 엄숙함과 권위의 상징이다. 영국 법관들은 흰색 가발을 쓴다.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가발이 길어진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파우더를 바른 흰 가발이 궁정의 패션이었는데,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귀족들의 필수품이 됐다. 흰 가발 전문 털이범이 생겨나는가 하면 중고가발 전문 판매상이 냄새나는 가발을 팔아 떼돈을 벌기도 했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은 독립 뒤에도 판사들이 흰색 가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신분 상승의 표상이 된 것이다.

그제 국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은발이 주목을 받았다.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이 “하얀 머리가 멋있다”고 하면서 권위만 갖췄지 외교적 성과가 없지 않으냐고 타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백색 염색약이 다 떨어졌다고 갖다붙이면서 성적 비하로 꼬여버렸다. 중고생들 사이에 실제로 백색 염색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젊은 지지층까지 확보한 강 장관의 은발이 외교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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