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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원·상담성 신고에도 "출동"… 경찰력 낭비하는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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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3 18:34:19 수정 : 2017-09-13 22: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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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샀는데 불량품이 왔어요" 신고에 경찰 출동? /세계일보 입수 ‘불필요한 출동지령 개선계획’ 보니 / 112상황실 요원 업무 미숙 원인 / 구매 물품 하자·폐기물 처리 등 / 잘못된 전화에도 부적절한 처리 / 가이드라인·응대 멘트 재정비 등 / 경찰, 대응 능력 제고 대책 마련
“이불을 샀는데 불량품이 왔어요. 처리해 주세요.”

지난해 한 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신고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신고자는 자신이 구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조치를 요구했다. 소비자보호원으로 이관해야 해야 할 사안이지만 신고전화를 받은 112 접수요원은 어찌된 일인지 지역 경찰에 출동지령을 내렸다. 통화가 장시간 이어지고 신고자가 추후 불만을 품을 것을 우려해서였다. 명백히 잘못된 신고를 경찰이 잘못 처리한 경우의 하나다.

장난전화 등으로 인해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경찰이 112신고 처리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사안에 출동지령을 내리는 등 부적절하게 처리한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안전을 위한 ‘비상벨’ 역할을 하고 있는 112의 미숙한 대처가 경찰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경찰청의 ‘불필요한 112신고 출동지령 개선계획’에 따르면 지난 1∼7월 접수된 전체 112신고 건수 1089만1550건 가운데 출동지령이 떨어졌지만 신고 내용을 다시 판단해 관련 기관에 넘긴 경우가 8954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2요원이 적정 처리절차를 숙지하지 못해 단순 상담성 신고에도 출동지령을 내리거나 추후 민원이 생길 것을 우려해 막연히 출동지령을 내리는 경우가 절반(53%)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곳에 식탁·각목 등 폐기물을 버리고 갔다는 112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경찰 출동조치를 한 사례도 있었다. 폐기물 관련 민원 처리업무는 시·구청의 청소행정과 등에서 맡고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반면 민원성 신고로 분류됐지만 방치할 경우 위험·범죄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경찰 출동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경우가 47%에 달했다. 특히 동물 사체 처리, 층간소음 분쟁 등 2차 사고나 이웃 간 시비 등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무시해 버린 사례 또한 적지 않았다.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의 업무 미숙 등으로 정작 현장을 살펴봐야 할 곳은 무시하고 불필요한 곳에 경찰을 출동시키는 등 공권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불필요한 신고 출동을 최소화하고 현장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단순히 담당기관과 관련 법령만 명시했던 기존의 112신고 가이드라인에 주요 사례와 상세 조문, 처리절차에 맞는 응대 멘트 등을 추가해 재정비했다. 단순 민원성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시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존재, 우려되는 경우에는 타 기관 사무에 속해도 출동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겨울밤 산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다거나 비가 많이 와서 건물 축대가 무너질 것 같다는 등의 신고가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112종합상황실과 현장 경찰의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장 경찰이 접수된 112신고에 대해 잘못 지령이 내려졌다고 생각하는 경우 모바일과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지방청 112종합상황실에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잘못된 신고 접수와 부적절한 지령이 반복되면 현장 경찰의 피로가 가중되고 정작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는 등 경찰력 누수로 이어진다”며 “담당 직원의 역량을 키우고 현장과의 의사소통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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