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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호수에 내려앉은 햇살마저 춤추는 음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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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7 10:00:00 수정 : 2017-09-14 15: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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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축제 도시 스위스 루체른
 
이탈리아 베로나에서의 마지막 오페라 공연은 ‘일 트로바토레’였다. 고대 히브리와 바빌로니아의 왕궁을 거쳐 지난밤 이집트의 왕궁이 세워졌던 아레나(원형경기장)의 무대는 중세의 성곽으로 바뀌어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조명 속에 수많은 배우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노래가 아레나를 가득 메운다.

스위스 남부의 벨린초나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도시다. 로마시대 때 조성된 이곳은 여러 나라에 속했다가 1500년 이후 완전히 스위스 국토가 되었다.
베르디가 평생 가장 애착을 가졌다는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의 귀족 가문과 집시들의 사랑과 복수를 담고 있다. 죽음과 복수, 가문의 파멸까지 자극적이고 다소 막장드라마 같은 줄거리에도 가장 성공한 베르디의 오페라 중 하나이다. 특히 경쾌한 망치소리와 어우러진 대장간의 합창과 병사들의 힘이 느껴지는 테너들의 아름다운 노래 ‘병사들의 합창’ 등 익숙한 노래들이 울려퍼진다. 오페라는 유럽에서 박해받고 천대받던 집시 여인이 스페인 권력자의 집안을 몰락시키는 처절한 복수로 마무리되었지만 가슴 절절한 아리아는 공연이 끝나도록 마음 가득히 남는다.

고대부터 도시를 보호해 온 벨린초나의 성곽은 15세기에 건립되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성곽에 올라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도 아름답지만 도시의 도로와 광장에서 바라보는 성곽 역시 아름답다.
일 트로바토레를 마지막으로 베로나에서의 꿈같던 오페라의 일정이 끝났다. 무대의 감동과 떠나야 하는 아쉬움으로 뒤척인 밤을 뒤로하고 눈부신 햇살의 배웅을 받으며 다음 목적지인 스위스의 루체른으로 향한다. 베로나에서 루체른까지는 약 400㎞의 긴 여정이다. 4시간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알프스산맥을 둘러 올라가니 지루하지 않을 듯하다. 가는 길에 잠시 밀라노에 들러 점심식사 겸 휴식을 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도시에 들어서면 붐비는 차량으로 시간이 지체될 듯하여 조금 더 이동하기로 했다. 밀라노를 거쳐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코모(como)호수’를 지나 스위스로 들어선다. 차는 스위스의 국경도시 ‘루가노(Lugano)’를 지난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호반도시 루가노에 머물지 못하고 눈에만 담는다. 푸른 호수 위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도시가 손짓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터널공사로 우회할 도로 없는 길에 늘어선 차량들.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나와 각기 다양한 형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국경선을 지나 ‘벨린초나(Bellinzona)’에 다다랐다.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에 있는 도시로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주도이다. 알프스산맥 기슭, 티치노강 연안에 위치하며 로마시대 때 건설됐다고 한다. 이후 여러 나라에 속했다가 1500년 이후 완전히 스위스령이 되었다. 15세기에 건립된 3개의 성곽이 남아 있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벨린초나는 고대부터 도시를 보호해 온 세 개의 성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 성인 카스텔그란데성은 티치노 계곡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언덕 위에 있다. 카스텔그란데성에서 이어지는 성벽들은 고대 도시를 보호하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통행로를 막고 있다. 그 위에 두 번째 성인 몬테벨로(Montebello)가 세워져 잇다. 따로 떨어져 있는 세 번째 성 사소 코르바로(Sasso Corbaro)는 두 성의 남동쪽에 있는 외딴 바위 벼랑 위에 도시를 보호하고 있다.

스위스 루체른의 얼굴을 묻고 죽어가는 사자의 부조물인 ‘빈사의 사자상’.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1821년 조성된 기념비이다.
이 성곽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도 아름답다고 하지만 도시의 도로와 광장에서 바라보는 성곽 역시 아름답다. 가파른 경로로 걸어서 또는 광장에서 편리하게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다. 도심에 들어서니 고개를 들면 성곽이 맞닿는 시선에 머문다. 가까이 바라보이는 성곽 아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가게에 들렀다. 몇 가지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차에 실어두고 점심식사를 위해 광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광장은 조용하고 아담하다.

스위스 루체른의 카펠교는 알파벳 ‘브이(V)‘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축조됐다. 인상적인 회화로 장식된 중세시대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다.
이탈리아의 중세 분위기다. 반갑게 맞이해 준 점원은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네지만 어제까지 보아왔던 이탈리아인과는 다르다. 메뉴도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다. 국경선을 지나쳤지만 스위스인지 이탈리아인지 알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보고 나서야 이곳이 스위스라는 것을 실감했다. 유로화가 아닌 스위스 프랑이 적혀 있는 계산서이다.

벨린초나를 떠나 얼마 되지 않아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다. 마주 오는 차선에서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진행하는 차는 밀려 있고 마주하는 차는 비어 있어 옆 차량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터널 공사란다. 우회할 도로도 없는 터널 앞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길게 늘어선 차들은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나와 각기 다양한 형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시간 정도가 지나니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겼다. 비행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호텔 체크인이 늦어지는 것이라 가슴을 쓸어안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스위스 루체른은 알프스산맥과 루체른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지로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2시간 30여분을 더 달리자 드디어 루체른에 도착했다. 하늘을 담은 파란 물결이 반긴다. 루체른 호수에 내려앉은 햇살이 춤추는 듯하다. 루체른은 호수 서안에 접하며, 시내에는 로이스강이 흐른다. 알프스산맥과 루체른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며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파노라마같이 펼쳐지는 산악 경관을 배경으로 즐길 수 있다.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는 유명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문화 컨벤션 센터인 ‘케이케이엘(KKL)’이다. 전통과 더불어 현대가 어우러진 루체른의 랜드마크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루체른 시내를 장식하는 꽃들.
루체른 시내의 벼룩시장을 둘러보는 여행객들.
문화 컨벤션 센터 KKL 맞은편 가까운 거리에 호텔이 있다. 미리 안내받은 강변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체크인을 마쳤다. 서둘러 설레는 마음으로 산책을 나선다. 호수를 따라 걸으니 눈에 익은 카펠교가 보인다. 몇 번의 화재가 있었지만 완벽하게 복원됐다. 알파벳 ‘브이(V)’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축조됐다. 인상적인 회화로 장식된 중세시대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다. 카펠교와 더불어 루체른 엽서에 많이 소개된 사진은 바위 면에 얼굴을 묻고 죽어가는 사자의 부조물인 ‘빈사의 사자상’이다.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1821년 조성된 기념비이다. 알프스산맥을 넘는 교통로의 요지로 발달한 루체른에 터널공사로 힘겹게 도착하고 나니 무엇보다 휴식이 절실하다. 눈앞에 보이는 호수와 산의 황홀하기 그지없는 풍경 속에서 운전의 피곤함을 호숫가에 흘려보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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