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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400년 전 미라 부검 성공…'사망원인 동맥경화'

입력 : 2017-09-13 14:42:08 수정 : 2017-09-13 14: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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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북 문경의 한 아파트 건립공사 현장에서 17세기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미라가 발견됐다. 양반가 소실로 살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망원인을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이은주(서울아산병원 내과)·신동훈(서울대병원 해부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조선시대 여성 미라(사망나이 35∼50세 추정)의 사인을 유전자분석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질환’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발표됐다. 

국내 연구팀이 질병 유전자 분석을 통해 17세기 조선시대 미라의 사망원인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여성 미라의 모습. 플로스원 논문 발췌
죽상동맥경화증은 콜레스테롤이 동맥 안에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과식과 운동부족 탓에 현대인이 잘 걸린다.

미라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미라 내부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채취해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살폈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을 말한다. 예컨대 질병이 있는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했을 때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유의하게 다르다면 그 SNP는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이 결과 미라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7개의 SNP가 발견됐다. 이들 변이 유전자가 해당 여성에게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을 일으켰을 것으로 연구팀은 진단했다.

이은주 교수는 “최종 사인으로 밝혀진 죽상동맥경화증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칼로리 식단, 고지혈증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현대인들의 걱정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우리 조상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한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동훈 교수는 “유럽의 아이스맨과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동아시아의 개인 혹은 집단에서 죽상동맥경화증이 사인으로 확인된 적은 전혀 없었다”면서 “향후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부검만으로는 뚜렷하지 않은 질병의 병리학적 진단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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