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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은 아직 용기가 없는 것 같다”는 슈뢰더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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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2 23:22:54 수정 : 2017-09-12 2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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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그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생존 할머니들을 한명 한명 끌어안았다. 그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에 희생되신 여성들에게 일어난 이러한 억울한 폭력은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런 아픈 역사는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겠지만, 아직 그런 용기를 갖지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액자를 선물한 그는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따뜻한 위로를 받은 할머니들은 오늘도 거리로 나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다. 1992년 1월에 시작된 이래 어느새 1300회를 맞았다. 25년이 흐르고 세계 최장기 집회 기록을 이어가며 일본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많은 일본인들은 “이미 사과를 했는데도 한국이 끝도 없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가 사과한 적은 있다.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은 1993년 8월 ‘고노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 정권이 바뀌자 고노담화의 사과를 부정하며 퇴행의 역사를 거듭해왔다.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은 위안부 동원의 일본군 개입을 부정하는 등 과거사를 왜곡해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짓밟았다. 아베 정부는 이른바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해 고노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한·일 정부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폄훼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도 반성을 모르는 일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의 행태는 비양심의 극치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35명만 생존해 있다. 평균 연령도 92세나 돼 내일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평생을 기다려 온 할머니들에겐 일본의 사과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일본은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역사의 진실을 마주할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진정한 반성의 뜻을 담아 사죄하는 용기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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