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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300여년간 거의 700종 발간 / 교육이 바뀌면 ‘로빈슨’ 육성 가능할 지도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읽지 않았더라도 읽은 것 같은 소설이다. 300여 년 세월 동안 중판·번역·번안·축약 등으로 거의 700 종의 ‘로빈슨 크루소’가 발간되었고, 팬터마임·오페라·영화 등으로도 각색되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상하고도 놀랄 만한 모험과 자기 절제와 규율, 규칙적 노동을 통한 생존과 도전의 이야기다.

1632년 영국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빈슨 크루소는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모험에 나선다. 그의 아버지는 중류층의 안정된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과 미덕을 강조하며 말렸지만, 그는 중류의 안정보다는 상류로의 도약을 위한 도전을 선택한다. 선원이 된 그는 무어인들에게 붙잡혀 노예 생활, 탈출, 브라질 농장 노동을 거쳐 무역선을 탔다가 난파된 배에서 홀로 살아남아 28년간 산다. 우연히 섬에 입항한 영국 배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출된 그는 항해와 표류,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합쳐 35년 만에 귀향한다. 후속편에서 로빈슨은 다시 항해를 떠나 중국과 시베리아까지 공간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모험을 펼친다.

알퐁스 도데는 디포와 그의 주인공 로빈슨을 일컬어 “모험과 여행에의 재미, 바다에의 애정과 경건성, 그리고 상업적이며 실제적인 직관을 가진 탁월한 전형적 영국인”이라 했거니와,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다. 먼저 로빈슨의 고독한 실존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계속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역설적으로 환기함과 동시에, 홀로 무인도에 던져진 로빈슨이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는 생명력에의 의지를 숙고케 한다. 극단적인 고난을 견디는 그의 지혜와 생활력, 무엇보다 고독을 견디는 성찰적 에너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울러 당시 영국 중산층의 상승 욕망과 도전에의 꿈도 눈길을 끈다. 로빈슨의 항해와 모험은 바로 거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안정된 행복을 버리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야망에 도전했던 인물이었다.

인공지능(AI)과 고도 디지털 매체를 통한 초연결·초지능 사회, 곧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기존 일자리는 속속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세대는 지금은 없는 일을 열어가며 새로운 스타일로 살아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불안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새로운 세계의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이런 불안들이 로빈슨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나름대로 새로운 세계 지도를 만들어 보고자 모험과 항해, 도전을 감행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빈슨의 새로운 도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최근 미래교육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의 교육 환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고, 그렇게 교육이 바뀐다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로빈슨’을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전과 창의성이 꽃피는 학교, 지식 습득보다는 평생 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학교, 스스로 익히면서도 함께 소통하는 학교, 지역사회와 세계의 경험을 공유하는 학교, 그런 학교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교육에 대한 발상 전환과 과감한 투자가 이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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