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차량 속도를 낮추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시속 60㎞로 되어 있는 차량 속도제한을 시속 50㎞로 낮추어 달라는 청원을 구청에 했다. 구청에서는 경찰 소관이란다. 은평경찰서에서도 금방 추진하지는 못했다. 민원이 들어와도 내부 검토나 예산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
이러한 내용을 첨가해 다시 청원했다. 우선 이 지역은 뉴타운, 곧 주택지구이고 길가에는 한옥마을, 박물관, 고등학교 등이 세워져 있다. 일종의 모범 주택지구라 하겠는데, 그런데도 시속 60㎞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행정당국으로서는 책임회피라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한 청원이 받아들여져 드디어 올 하반기부터 동네의 제한속도가 시속 50㎞로 낮춰졌다. 표지판과 교통신호등 등 모든 교통시설에 반영됐고, 과속 측정 장비도 보강됐다. 조정된 속도를 지키며 운전해 보니 처음에는 답답하고 불편해 보였으나 천천히 시야를 확보하며 안전운행을 할 수 있어서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 같았다. 실제로 차량 소음도 크게 줄어들어 그전보다는 환경이 쾌적해졌다.
한국의 도심 도로 운전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2~4차선의 도로 폭에 따라 경찰이 일률적으로 속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량 운행속도를 높인다고 도로 흐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프랑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심 일반도로속도가 시속 50㎞일 때 교통이 가장 원활한 반면 시속 60~80㎞ 때는 오히려 교통 흐름이 느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평균속도가 5% 증가할 때 사고 위험은 20%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보고서는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회전교차로, 둔덕, 굴곡, 차선 삭제와 협소화, 교통섬, 속도표시기 등의 설치를 확대해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속도를 준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속도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되, 과잉속도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는 규정속도 50㎞/h를 초과해 달리다가 두 번 적발되면 징역형을 받는다고 한다. 속도제한은 운전의 자유에 대한 속박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나아가 길거리 주민의 안전과 품위 있는 삶을 위해서도 꼭 지켜져야 할 규범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속도 문제를 다루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너무 빠르게 달리는 데만 익숙하고 남의 과속에도 관용을 베풀어 사고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는 반성이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제한을 지키는 것은 답답하다며 과속하는 것은 그동안 경제건 사회건 뭐든지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해야 한다는 습관적 강박관념, 나만 이기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결과라면 이제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이웃, 주민, 국민 모두가 같이 규율을 지켜야 함께 잘 사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는 이웃에 대한 배려라는 말로 개인의 선의에 맡겨왔다면 이제는 행정력으로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 나만 먼저 가려다 보니 가족도 이웃도 뒤처지고 문제가 생긴다. 나만 잘 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미세먼지와 소음이 늘어나고 대기환경이 나빠져 나에게 되돌아온다. 나만 생각하다 보니 내 생각만 옳다는 아집과 자기합리화로 사회가 다시 분열된다. 차량 제한속도를 10㎞로 낮추고 보면 우리는 보다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생각의 속도도 낮추자는 말을 하고 싶다. 나만 옳고 나만 잘 먹자는 것은 이제 가능하지 않다. 내 생각, 내 욕심을 낮춰야 같이 오래 잘 산다는 것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러니 차제에 남 생각 않는 폭주족은 강력히 단속해야 맞다는 것이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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