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존망이 걸린 질문
미국의 언론 매체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트럼프가 김정은만큼 제정신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매체는 지난 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결은 등골이 오싹한 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공통의 바람이 있지만, 김정은 또는 트럼프가 다른 쪽이 먼저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며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오판을 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정책 결정을 할 때는 ‘본능’(gut)이 ‘이성’(head)에 양보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변덕스러운 결정이 나오고, 심지어 보다 심각한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핵실험 준비 문건 서명하는 김정은북한 조선중앙TV가 3일 공개한 화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실험 준비 문건으로 보이는 문건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연합 |
북한 핵 문제가 현재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정부 등의 끝없는 비이성적인 결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그랜드 바게인’을 추진하다가 이를 조지 W. 부시 정부에 넘겼다. 부시는 이를 걷어차 버리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북한 목죄기에 나섰다. 부시의 뒤를 이은 오바마는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한 문제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했다. 북한이 이제 수소 폭탄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까지 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평가
국제문제 전문가인 톰 월시는 8일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기고문을 통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말한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은 김정은과 트럼프에 동시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상대방이 미치광이처럼 나오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는 게 미치광이 이론이다. 월시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지금 미치광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시는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독재자가 모두 충동적이고, 예측을 할 수 없는 인물이며 국제 규범에 도전하려 든다”고 강조했다.
월시는 “김정은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면서 “김정은은 비이성적인 행태와 모험 정신을 보이는 더욱 위험한 인물이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MIT의 정치학 교수인 비핀 나랑(Vipin Narang)은 8일 자 워싱턴 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정도로 비이성적인 인물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나랑 교수는 “김정은이 죽음을 동경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핵전쟁 위협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에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자살행위에 불과하다”면서 “김정은의 목적이 체제 보장과 생존 유지인데 그가 이길 수 없는 상대인 미국을 대상으로 전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랑 교수는 “김정은이 잔인할 정도로 이성적이다”면서 “김정은의 핵무기는 적의 정권 교체 시도를 막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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