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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메이저 2승 나달, 올해 코트 주인공은 '나야, 나'

입력 : 2017-09-11 09:28:29 수정 : 2017-09-11 09: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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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무릎 부상 이겨내고 세계 랭킹 1위 탈환 등 '부활'
조코비치·머리 등 경쟁자들의 부상과 부진도 한 몫
"차라리 나달이었으면 해볼 만했을 텐데요."

2016년 1월 호주오픈 1회전에서 정현이 당시 세계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분투했으나 패한 뒤 한 국내 전문가가 한 말이다.

조코비치 대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상대했더라면 오히려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때만 해도 나달은 세계 랭킹 5위였지만 테니스계에서는 그만큼 '지는 해'로 여기는 선수였다.

실제로 그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고 2015년 윔블던 2회전, US오픈 3회전에서 떨어졌으며 2016년 프랑스오픈 3회전, 윔블던 결장 등으로 부진했다.

워낙 코트를 많이 뛰어다니면서도 지치지 않는 '짐승'같은 운동 능력으로 상대 공을 받아내는 나달의 경기 스타일은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가 공의 속도가 가장 느린 클레이 코트에서 유독 강한 이유도 결정적인 한 방을 앞세우기보다는 이런 나달 특유의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랬던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을 제패하고 호주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고질적인 손목과 무릎 부상이 있는 데다 1986년생으로 지난해 나이 30을 넘긴 나달이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영국) 등 남자 테니스 '빅4' 가운데 가장 일찍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많았다. 

우선 나달이 지난달 3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몸 상태가 회복된 것이 가장 크다.

그는 지난 시즌에만 손목 부상 때문에 두 차례나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결국 10월에는 잔여 시즌 출전 포기를 선언한 채 재활에 매달렸다.

또 워낙 코트에서 운동량이 많은 편이라 2012년 하반기에는 무릎 부상으로 반년 넘게 코트에 서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상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 나달은 건강한 몸으로 코트에 복귀,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준우승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2014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메이저 대회 결승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 호주오픈부터 반격에 나선 것이다.

또 프랑스오픈에서는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고 8월에는 3년 만에 세계 1위 탈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우승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이번 대회 도중 자신의 달라진 경기 스타일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나달이 원래 '광속 서버'로 불릴 정도로 서브가 강한 선수는 아니지만 2010년 그가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할 당시에는 최고 시속 217㎞의 서브를 구사했다.

하지만 올해 US오픈에서는 최고 시속이 203㎞대로 낮아졌다.

그는 대회 기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하드코트 대회인) US오픈에서 강한 서브를 넣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것보다는 서브가 들어가는 확률을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1일 케빈 앤더슨(남아공)과 결승에서도 서브 최고 시속은 앤더슨이 218㎞로 196㎞에 그친 나달보다 훨씬 빨랐지만 첫 서브가 들어갈 확률(63%-59%)과 첫 서브가 들어갔을 때 득점 확률(84%-73%)에서 모두 나달이 앞섰다.

강서브를 넣을 때 무릎에 부담을 줄이면서도 적절한 코스 공략으로 삼구 공격을 더 편하게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날 결승에서 나달은 네트 대시를 16번 시도해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는 등 경기 운영 면에서도 한층 노련해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조코비치나 머리 등 경쟁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는 등 올해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나달의 '부활'에 도움이 됐다.

특히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8강까지 한 번도 시드 선수를 만나지 않았고 4강에서 24번 시드인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8위·아르헨티나), 결승에서 28번 시드 앤더슨을 상대했다.

세계 랭킹 20위 이내 선수와 한 번도 상대하지 않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0년 윔블던 피트 샘프러스(미국) 이후 올해 나달이 17년 만이다.

올해 부상 치료와 재활에 매달린 조코비치와 머리가 복귀하고, 페더러는 선수 생활의 말년 '불꽃'을 태울 2018년에는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등 젊은 선수들의 도전도 나달이 이겨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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