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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 입양인들이 돌아온다] “날 빼닮은 딸을 보니 엄마가 더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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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1 10:00:00 수정 : 2017-09-10 22: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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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날 정말 많이 닮았어요. 딸은 더 하죠, 완전 똑같아요. 그런 행복감에 빠져들 때마다 또 다른 생각이 들어요. ‘그럼 난 엄마를 얼마나 닮았을까’하고 말이죠.”

김영숙씨는 1980년 5월11일 태어나 다음날 곧바로 부산의 남광아동복지회로 인계됐습니다. 같은 해 6월12일 한국사회봉사회로 인계된 뒤 8월29일 덴마크로 입양됐습니다.
김영숙씨가 거리에서 아들, 딸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행복감이 느껴집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나 김씨는 14살 아들과 11살 딸을 둔 어엿한 엄마가 됐습니다. 백인 남편보다 자신을 더 닮은 자녀를 보면서 김씨는 무한한 행복감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엄마에 대한 생각이 함께 듭니다. ‘나와 (친)엄마는 얼마나 닮았을까’하고 말입니다.

김씨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에도 엄마, 한국에 대한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병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의사가 자신의 병력(病歷)에 대해 물었지만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엄마를 통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은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양 서류에 남아있는 김영숙씨의 어렸을 때 모습.
덴마크로 입양된 김영숙씨의 어린 시절 모습.

이것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덴마크는 대다수가 백인이고 김씨 같은 아시아계 사람은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김씨에게 어린 시절 위안이 됐던 장소는 바로 마을에 있던 태권도장이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한국인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태권도장에 갈 때마다 김씨는 막연한 편안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자신과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한국의 음식을 맛볼 수도 있었으니까요.
덴마크로 입양된 김영숙씨는 10살 때 처음 태권도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 때 얻은 위안 덕분인지 현재에도 틈틈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덴마크 내 한국출신 입양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코리아 클럽(Korea Club)’이라는 곳이 김씨에게 많이 의지가 됐다고 합니다. 김씨 자신이 한국에 대한 정보도 얻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을 데려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뿌리찾기’에 대한 열망이 계속 커진 김씨는 2015년 말부터 한국사회봉사회에 자신의 입양과 관련한 정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받은 정보는 친모가 자신을 맡길 당시 나이가 17살이었다는 것을 비롯해 입양 절차와 관련한 단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정보가 맞는지도 확신하기 힘들었겠지요.

결국, 직접 가서 확인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게 된 김씨는 지난달 해외입양인연대의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여러 번 오고 싶었지만 자녀를 둔 입장에서 먼길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김영숙씨의 딸입니다. 아들보다 훨씬 더 엄마를 빼박았습니다.

사실 김씨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도 간호사의 수입은 넉넉한 편이 아니라고 하네요. 최근 매년 휴가를 아들, 딸과 보내는 것만도 벅찼는데 한국행을 실행에 옮기기는 더 힘들었을 겁니다.

교대근무를 하며 근무가 매우 고정적이라는 점도 따로 한국행 일정을 잡기 힘들게 하는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상급자 중에 아프리카 출신의 입양인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김씨의 사정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공감하고 처지를 이해해줬겠지요. 그의 배려 덕분에 김씨는 근무를 조절하며 한국행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주당 32시간 하던 일을 62시간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한동안 격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김영숙씨의 아들입니다. 14살인데 벌써 엄마보다 훨씬 키가 크네요.

이렇듯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입양인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 딸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양모가 맡아준 덕분에 겨우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한국을 찾았지만 김씨는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요? 김씨는 “다음에는 꼭 아들, 딸을 데리고 같이 한국에 오고 싶다”며 “엄마가 태어난 곳이 어떠한지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씨가 꼭 원하는 정보,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기쁨을 아들, 딸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겁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사진 = 해외입양인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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