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잊혀진 흑진주’ 마침내 US오픈 정상에 서다

입력 : 2017-09-10 21:04:40 수정 : 2017-09-10 22:35: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티븐스, 女단식 감격의 우승 각광받던 유망주가 끝내 가능성을 터뜨리지 못하는 일은 스포츠의 세계에서 흔한 광경이다. 불의의 부상 등 성장을 방해하는 사고들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센 경쟁을 이겨내고 최정상에 선 소수를 제외한 유망주들은 조금씩 팬들에게 잊혀져 가기 마련이다. 슬론 스티븐스(24·미국·세계랭킹 83위)도 전형적인 ‘실패한 유망주’였다. 스티븐스는 20세 때인 2013년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8강에서 미국 출신과 흑인이라는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를 격파해 ‘차세대 윌리엄스’로 각광받으며 랭킹도 11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후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끝없는 하락세가 찾아왔다. 10~20위권을 넘나들던 랭킹은 어느새 5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급기야 지난해 8월 왼쪽발 피로골절로 올해 초 수술대에 오르며 한때 957위까지 밀렸다.

테니스팬들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슬론 스티븐스가 마침내 자신의 가능성을 폭발시키며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스티븐스는 10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13일째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22·미국·16위)를 2-0(6-3 6-0)으로 물리쳤다.


슬론 스티븐스가 10일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특유의 수비 테니스가 결승에서도 빛을 발했다. 1세트 초반부터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상대의 샷을 받아내 실책을 유발시켰다. 키스가 13개의 실책을 범하며 1세트 게임스코어 5-3으로 승부가 기울 때까지 스티븐스는 단 하나의 실책도 하지 않았다. 결국 1세트 실책 수는 키스가 17-2로 스티븐스보다 15개나 많았고 1세트는 스티븐스의 6-3 승리로 돌아갔다. 스티븐스의 수비에 말린 키스는 2세트에서도 실책을 쏟아내며 결국 1시간여 만에 허무하게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이날 두 선수의 실책 수는 키스가 30개에 달한 반면 스티븐스는 6개에 불과했다. 스티븐스는 지난 8일 열린 4강전에서도 상대의 강타를 족족 받아내는 놀라운 수비력으로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9위)를 무너뜨린 바 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스티븐스는 우승 상금 370만달러(약 41억8000만원)를 받았다. 스티븐스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두 US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두 번째 비시드 선수가 됐다.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가 비시드 선수로선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스티븐스는 윌리엄스 자매가 고군분투했던 미국 여자테니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윌리엄스 자매를 제외하고는 미국 여자 테니스선수가 메이저 정상에 오른 것은 2002년 호주오픈 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15년 만이다. 스티븐스는 우승을 차지한 뒤 “복귀한 뒤 5, 6주 만에 이렇게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팬들에게 감격의 말을 전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