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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칼럼] 한·미동맹 관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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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0 22:04:59 수정 : 2017-10-11 11: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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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가 스파르타와 전쟁전에
스파르타 동맹 멜로스 침공하며
“조공 바치면 살려주겠다” 위협
한·미 동맹에 비추어도 좋은 대목
지난 3일 북한 정권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북한을 완전히 절멸시키겠다’,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 않길 바라지만 만일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응수했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김정은의 해외자산 동결 등을 포함하는 초강도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핵 도발에 강력히 응징할 태세다. 필리핀은 대북 교역 중단을 선언했고, 멕시코는 북한대사의 추방을 결정했다.

지금의 북핵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실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세컨더리 보이콧’일 것이다. 여태껏 보지 못한 고강도 경제제재로 북한의 통치자금줄을 죄는 것이다. 통치자금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제재를 가할 경우 김정은에게 충성하던 군부 및 당 실세들이 가차 없이 등을 돌리고 새로운 정권을 내세워 미국과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물론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미 확보해 놓은 여러 통로를 통해서 통치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제재에 적극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북한 정권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확보를 전 세계에 과시한 후 자진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할지도 모른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국이 중국과 모종의 비밀협상을 할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을 경제제재로 압박해서 핵·미사일을 동결시키거나, 더 나아가 정권을 교체하고 북한을 궁극적으로 비핵화하는 데 중국이 적극 동참하는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협상을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정부가 예방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을 위협하게 되고, 이에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 결과 또한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반도에서 확전되어 남한 전역이 심하게 파괴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한·미동맹군이 북한 정권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훨씬 높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의 예방공격에 전쟁이 일어나 몰살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북한 엘리트 집단이 동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권력투쟁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고 스스로 북한의 비핵화를 선언할 수도 있다. 며칠 전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할 경우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33%나 찬성한 것을 보면 이런 가능성을 상상하는 이들이 상당히 있는 듯하다.

트럼프 정부가 강경대응 방안 논의에만 지체하는 동안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하고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남한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북핵 위기 시나리오 중 예방공격 시나리오는 어쨌든 한국 국민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다른 시나리오의 결과는 대부분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암시한다. 핵보유국 북한과 마주한 한국에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 역시 상상하기 싫다.

2500여 년 전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생각난다. 신흥강대국 ‘아테네’가 패권국 ‘스파르타’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파르타와 동맹관계에 있는 약소국 ‘멜로스’를 침공한다. 아테네가 멜로스에게 위협한다. 스파르타는 멜로스를 도우러 오지 않을 테니 아테네에게 조공을 바치는 국가가 되면 모두 살려주겠다고. 미·중 패권경쟁과 북핵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의 확고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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