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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있다” 1973년 9월11일 아침 산티아고는 화창한 초봄의 날씨였으나 칠레 국영 라디오는 계속 “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라는 방송을 내보낸다.

그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육군 참모총장의 쿠데타 암호이자 행동개시 신호였다. 쿠데타는 성공했고 산티아고에는 피의 비가 쏟아진다.

1970년 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부터 죽는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선물로 받은 AK47 자동소총을 가지고 분전하다 사망했다는 설이 나돌았으나 그 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칠레의 ‘피의 비’는 피노체트의 군사정권이 지속된 1990년까지 17년간 계속 내리면서 3200여 명이 살해당하거나 실종됐으며 수만명이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수천명을 산티아고 경기장에 몰아넣고 즉결재판을 거쳐 살해했다.

그 가운데는 칠레의 민중가수이자 시인인 빅토르 하라도 있었다. 군인들은 그의 저항적인 노래를 혐오해 우선 그의 기타 치는 손을 부러뜨린 뒤 16일 살해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벤세레모스(우리 승리하리라)’를 불렀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쓴 시도 전해졌다.

“파시즘의 얼굴들이 자아내는 공포를 보라/ …/ 저들에게는 피가 훈장이다./ …/ 오, 신이여, 이것이 당신이 만든 세상입니까?/ 7일 동안 기적과 권능으로 일하신 결과입니까?/ …”

하지만 그 뒤 칠레의 역사는 ‘벤세레모스’와는 반대로 흐르는 듯했다. 피노체트는 17년간 권좌를 누리다 물러났으나 2006년까지 천수를 누렸으며 그가 치부한 재산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그런 면에서도 쿠데타를 추진하듯 주도면밀한 셈이다. 그래서 1억6000만달러규모라는 등의 추측만 나돌고 있다.

하지만 ‘벤세레모스’가 허황한 것만은 아니다. 칠레의 대통령 관저인 모네다 궁 앞에는 아옌데의 동상이 서있다. “칠레가 가야 할 길, 나는 그 길을 확신한다”는 글귀도 선명히….

양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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