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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들의 대부… 영웅에 가려진 삶 조명”

입력 : 2017-09-10 20:57:37 수정 : 2017-09-11 1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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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치카’ 만드는 주세페 김·구미꼬 김 부부 “우리는 영웅 위주 사회 같아요. 사실 그들의 뒤에서 영웅을 만들어준 사람들도 중요한데 말이에요. 최재형 선생을 조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최 선생은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뒤에서 그림자가 된 분이에요.”
성악가 주세페 김(왼쪽)과 구미꼬 김 부부는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최재형 선생을 다룬 뮤지컬 ‘페치카’를 통해 그의 고귀한 삶과 보편적 휴머니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독립운동가 최재형(1858~1920) 선생의 일대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랑코리아 대표인 테너 주세페 김(51·김동규)과 소프라노 구미꼬 김(48·김구미)이 뮤지컬 제작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2020년 최재형 순국 100주기를 앞두고 “안중근, 헤이그 밀사는 알아도 최재형은 모르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일생을 알리기로 했다.

최근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이들은 “최 선생을 통해 이민자들의 삶과 휴머니즘을 전할 것”이라며 “가난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거부가 됐지만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바친 그의 삶은 ‘제2의 레미제라블’로서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선생은 연해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뒤에는 그가 있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 장소를 하얼빈으로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안 의사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안 의사 순국 후에는 그의 부인과 아이들을 보호했다. 구미꼬 김은 “안 의사의 거사에 쓰인 권총을 최 선생이 구입했고, 사격연습·단지동맹 모두 최 선생의 자택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 선생은 또 1906년 러시아 연해주 남부에서 최초의 의병부대를 조직하고, 이범윤 등과 연합해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1908년에는 이범윤·이위종·안중근 등과 동의회를 조직했다. 주세페 김은 “러시아 국적인 최 선생이 방패가 됐기에 동의회의 다른 열사들이 활동할 수 있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일본에 항쟁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최 선생이 러시아 신식무기를 조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선생은 1911년 항일인사들과 블라디보스토크 비밀회의에서 애국단체 ‘권업회’를 조직하고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또 ‘대동공보’를 발행해 항일의식을 고취하고 교포 자녀들을 위한 한인학교도 설립했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임명되기도 했으나 이를 사양했다.

그의 삶이 인상적인 건 대다수 독립운동가가 양반·지식인 계층이었던 것과 달리 그가 가난한 노비의 아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노비인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9살 때 함경도에 흉년이 들자 연해주로 이주했다. 11살 때 가난에 못 이겨 집을 나온 그는 러시아 선장 부부에게 입양된다. 

이후 선원·통역원으로 일하며 기반을 다지고 군수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러나 어렵게 모은 재산을 독립운동과 고려인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다.

이 때문에 고려인들은 따뜻한 난로 같다며 그를 ‘페치카’라고 불렀다. 페치카는 러시아어로 난로란 뜻으로, 이번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하다. 구미꼬 김은 “조국에서 거의 버림받았음에도 조국을 잊지 않은 분”이라며 “(러시아 국적이라) 그간 이념 대립 때문에 더 조명인 안 된 듯한데 이제는 재조명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뮤지컬 ‘페치카’의 주요 곡들은 이미 완성된 상태다. 오는 11월 22, 23일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쇼케이스를 통해 일부 곡들이 선보인다. 공연은 내년 가을로 예정하고 있다. 주세페·구미꼬 김 부부가 처음부터 역사와 독립운동가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이들은 1997년 이탈리아에서 성악 공부 중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클래식 성악가로 무대에 섰다. 2007년쯤부터는 크로스오버 그룹 듀오아임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13년 주세페 김이 ‘아들아 아들아’란 곡을 작곡·발표하면서 최 선생을 알게 됐다. ‘아들아 아들아’는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한 곡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한국적 가치를 알리면서 타 문화를 포용하는 ‘K문화독립군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세페 김은 “이번에 블로그·소셜 미디어 홍보 활동에 자원할 문화독립군 서포터스 30명 모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문화독립군을 통해 문학가 구상, 사상가 정약용 등 우리 역사 속 멋진 분들과 한국의 가치를 알리는 세계적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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