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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댓글 수사 검찰, 법원을 적폐로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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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8 23:54:47 수정 : 2017-09-08 23: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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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어제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이란 문건까지 내서 법원을 비판했다. 검찰은 문건에서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며 선을 넘은 듯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 반응은 지나치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검찰 권한이지만 발부 또는 기각은 전적으로 법원 권한이다. 법원은 범죄 소명 여부와 도주 또는 증거인멸 가능성을 판단해 얼마든지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까지 따로 두고 있다. 법원은 어제 검찰이 국정원의 사이버외곽팀 팀장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으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이 충분히 증거를 확보한 만큼 구속수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 검사나 부서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대응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의중을 반영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 지검장은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됐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깜짝 발탁된 인물이다. 현재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과거 적폐 청산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법원 자체를 적폐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문건에는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대목까지 나온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최고위원은 “판사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정치 보복이니 신상털기니 하는 프레임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영장 기각을 정치 쟁점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 불법 여론조작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 불법행위가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을 넘어설 수는 없다. 검찰은 법원을 비판하기보다 법에 따라 보강수사를 해서 다시 영장청구를 하든지, 불구속 기소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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