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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유민 대조영이 698년 지금의 중국 지린성 일대에 세운 ‘해동성국’ 발해는 228년 뒤인 926년 멸망했다. 영토가 고구려 전성기 때의 2배나 될 정도로 번성했던 대국이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서쪽에 있던 거란족의 요나라 침략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백두산 대폭발로 멸망했다는 얘기도 있다. 백두산과 발해 수도였던 상경은 200㎞ 정도 떨어져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 실제 900년대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폭발 위력이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00배로, 화산재가 빙하를 녹인 뒤 주변을 초토화시켰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당시 초대형급 폭발로 약 100㎦의 화산재를 분출했고, 이후에도 6번 이상의 소규모 폭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폭발 시기를 정확히 특정할 수 없고, 폭발 규모가 아무리 강력했더라도 화산재가 발해 수도까지 뒤덮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백두산 폭발에 의한 발해 멸망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북한이 백두산에서 11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백두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이 백두산 밑의 마그마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2년 6월부터 무려 5년간 화산지진이 계속됐었는데 백두산 폭발의 전조현상으로 보였다. 백두산은 지금도 화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생화산이다. 백두산 폭발 확률이 2019년까지 68%, 2032년까지 99%라는 경고가 있다.

재난 영화에는 법칙이 있다. 전문가가 징조를 예측해 경고하지만 당국은 무시한다. 무지한 인간은 재앙을 맞은 뒤에야 허겁지겁 대책 마련에 나서지만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참혹하다. 북한 지도부가 백두산 근처에서 핵실험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백두산 폭발 경고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지난 5일 페루 남부 안데스산맥의 사반카야 화산이 44차례나 폭발하면서 화산재를 내뿜고, 어제 멕시코 남부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한 것이 불길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도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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