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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청년 꿈 사라진 한국 ‘잃어버린 10년’… 희망 사다리를 놓자

입력 : 2017-09-09 13:43:36 수정 : 2017-09-09 13: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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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청년 희망전략 / 한국 지니계수 양호한 편이나 / 부모보다 사회 이동성 감소해 / 미래에 불안감 느끼는 청춘들 / 3포세대 불리며 공시 매달려 / 다양한 진로 모색할 수 있게 / 공정한 교육 사다리 만들고 /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 창출 / 상생의 사업 사다리 복원을
세계 3대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는 지난달 KBS1 TV ‘명견만리’ 프로에 출연해 “나는 20년 전 한국이 IMF 외환위기 시절 한국에 투자해 크게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서울 노량진에 가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소수 재벌에 자본과 권력이 집중돼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경제구조로 전락했다.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젊은이 사이에서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또는 N포세대(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세대)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하고, 심지어 ‘헬조선’(지옥 같은 우리나라)이란 말도 떠돌고 있다. 절벽처럼 막혀 있는 앞길을 한탄하는 말이다. 일제 압박 속에서 민족혼을 일깨우는 강연을 한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했다. 결혼 기피, 저출산, 자살률 등 국가적 난제가 이 현상과 직결돼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느냐 하는 점이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민족의 죽음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 간의 부와 자원의 분배는 통상적으로 평등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분배의 불평등이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사회는 계급으로 구분되게 되고, 동일한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거의 동일하게 된다. 봉건주의 사회에서 계급이란 말은 신분을 구분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근대 이전의 사회는 자유인과 노예, 귀족과 평민, 양반과 상인, 지주와 농노 등의 계급사회였다. 칼 마르크스는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을 부의 분배 과정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찾았다. 특히 생산 수단의 소유 여부가 계급 구조를 결정하고, 생산 과정에서의 상하 관계가 사회 전체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형성한다고 본다. 막스 베버는 경제적 기준을 강조한 마르크스의 계급론을 수용하면서도 사회 불평등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는 사회계층 개념을 도입했다. 베버는 경제적 요인에 의한 ‘계급’, 명예와 같은 사회적 요인에 의한 ‘신분’, 정치권력에 의한 ‘정당’ 등 다원적 계층 요소를 제시했다. 이처럼 베버는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계층에 따라 재화와 소득을 얻을 기회를 공유하게 되는 사람들이 ‘계급’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사회계층과 사회이동성

명저 ‘사회이동’을 쓴 러시아 출신 미국 사회학자 피티림 소로킨은 사회는 다수의 개인과 집단의 계층으로 이루어졌고, 이 계층 사이의 무수한 충돌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이 어느 사회적 위치로부터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현상을 ‘사회이동’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그 후 계층 간 이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사회이동성 개념은 불평등의 경직성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 이동성은 봉건사회보다 근대사회에서, 촌락사회보다는 도시사회에서 높게 나타난다. ‘세대 내’ 사회이동성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발생하는 계층이동을 지칭하고, ‘세대 간’ 이동성은 부모와 자식 세대에서 계층 간 변화가 발생하는 정도를 말한다.

◆한국의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국가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크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08년 0.314, 2009년 0.314, 2010년 0.310, 2011년 0.311, 2012년 0.307, 2013년 0.302, 2014년 0.302, 2015년 0.295로 나타난다. 지하경제를 감안하더라도 위험수준이라 불리는 0.4보다 낮다. 또한 개인별 경제적인 불평등을 보여주는 요소에는 재산(토지, 자본)소득과 노동(근로)소득의 비율이 있다. 모든 계층에서 재산소득은 22~26%를 차지하고, 근로소득은 64~74%를 차지하고 있다. 불평등은 근로소득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 격차 해소가 어려운 재산소득의 비중이 적다. 세대 내의 이동성은 전년도 소득분위와 올해의 소득분위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이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세대 간의 이동성은 부모의 소득과 자식의 소득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내’ 소득지위의 이동은 국제적인 수준에서는 높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다. ‘세대 간’ 소득지위의 이동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통계청 사회조사(2016년)에 의하면 한국인의 사회이동성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잘 나타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응답은 2009년 37.6%에서, 2011년 32.3%, 2013년 31.2%, 2015년 22.8%로 하락하고 있다. 한편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해서 높은 편이라는 응답은 2009년 48.3%, 2011년 41.4%, 2013년 39.6%, 2015년 30.1%로 하락했다.

◆공정한 교육 사다리 복원

일반적으로 사람은 현재 상태보다 변화의 방향에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 이상의 통계를 보면 불평등의 실체보다 사회이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큰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모 세대의 경우보다 사회 이동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 계층이 고착화돼 가고 있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사회 계층 이동에는 크게 두 가지 사다리가 있다. 교육이 가장 전형적인 사회적 신분 이동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거의 교육에 의한 신분 상승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는 부모의 재력과 교육수준이 자식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취업과 사회적 신분에 이어진다는 믿음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으면, 희망이 없다는 말이 된다. 교육의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해 교육 사다리가 회복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교육을 통해서 능력에 따라 좋은 직장을 갖고 신분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교육 사다리 복원은 공교육 정상화, 다양한 진로교육, 학력 차별금지, 사교육 철폐 등에 의해서 가능하다.

◆상생의 사업 사다리 복원

또 하나의 사회 이동 사다리는 사업을 통한 성공이다. 과거에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와 성실성으로 사업을 성공시켜 사회적인 신분 변화를 이룬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서도 자수성가해 부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2015년 CEO스코어에 의하면 일본의 50대 부자 중에 80%가 창업자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30대 부자 중에 창업자는 20%에 불과하다. 사업 성공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사례를 많이 보는 국가에서는 젊은이들이 계속 도전한다. 한국에서도 성실성과 기술만 가져도 사업을 펼치고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 지원정책, 창업자 연대보증 금지, 실패용인, 패자부활, 대중소기업 상생 등이 관련돼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로 이루어진 노동시장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앞에서 10년째 머뭇거리고 있다. 불평등 앞에 좌절하는 청춘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위축된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세계적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투자를 꺼리고 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한다. 이것은 청년이 꿈꾸는 세계로 올라가는 길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이 3만달러 국가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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