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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맥 알려주는 쇠뜨기 벼락 부르는 참나무… ‘자연 내비게이션’ 탐구

입력 : 2017-09-09 00:42:18 수정 : 2017-09-09 0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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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굴리 지음/김지원 옮김/이케이북/1만9800원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트리스탄 굴리 지음/김지원 옮김/이케이북/1만9800원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쇠뜨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거나 쉽게 뽑아버리는 이 식물은 금의 위치를 알려준다. 쇠뜨기가 금을 비롯한 중금속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쇠뜨기는 금광맥을 찾거나 금광의 채산성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쇠뜨기 외에도 ‘쿠션벅휘트’는 은의 위치를, ‘발로지아칸디다’는 다이아몬드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준다. 야생화 ‘비스카리알피나’는 구리를, ‘리드워트’는 납의 매장지를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이처럼 식물을 통해 땅 속에 묻힌 광물을 찾아내는 기술은 ‘지식물학’(geobotany)이라 불린다.

신간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을 통해 자연의 신호와 단서를 알아본다. 저자 트리스탄 굴리는 20년 경력의 영국 탐험가로 ‘자연 내비게이션’의 지식과 기술을 소개한다.

책은 ‘땅’, ‘나무’, ‘식물’, ‘이끼와 버섯’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상세히 알려준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온도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귀뚜라미는 섭씨 13도에서는 1초에 한 번 정도 우는데, 온도에 따라 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곤충의 울음소리에 익숙해지면 기온과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가 한군데 모여 있으면 제초제를 뿌렸다는 징후다. 순록의 눈은 계절에 따라 금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해 달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참나무는 벼락을, 물푸레나무는 번개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저자가 알려주는 이 같은 정보는 도시에 주로 사는 현대인에게는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직관을 되찾게 한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자연의 풍경 속에 현대인이 생각하지 못한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이 같은 자연의 신호를 찾아내고 파악하는 데 능숙했지만,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에 대한 감수성은 무뎌졌다.

책에는 저자가 이 같은 지식을 쌓기 위해 탐험을 떠나는 등 흥미로운 경험담도 담겼다. 저자는 자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보르네오의 여행 이후로 … 다시는 산등성이나 골짜기를 옛날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다. 개울에서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무심히 보아 넘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구리를 먹는 것만큼은 도저히 못 하겠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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