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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는 사기꾼” 18세기 합리적 이성으로 무지몽매한 믿음 조롱하다

입력 : 2017-09-09 00:42:24 수정 : 2017-09-09 0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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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정신 지음/성귀수 옮김/arte(아르테)/1만4000원
세 명의 사기꾼/스피노자의 정신 지음/성귀수 옮김/arte(아르테)/1만4000원


“모든 종교는 상식에 비춰볼 때 기이하고 혐오스럽다.”

18세기 이단아 스피노자는 단말마처럼 내뱉었다. 그는 로마 교황청의 명령이면 재판없이 누구의 목도 자를 수 있었던,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의 용기 있는 기독교도였다. 이 책은 1712년 최초 종교 자유의 나라였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스피노자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세 명의 사기꾼’이란 제목은, 이 책이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괴이한 필사본에 붙여진 속칭이었다. 신과 종교라는 무지몽매한 믿음에서 풀려나 이성으로 인간을 재정의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2005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책은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올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끄는, 인문학 베스트셀러다. 책은 예수(기독교), 모세(유대교), 마호메트(이슬람교) 등 종교지도자를 조롱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무신론이 팽배한 오늘날 나온 주장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원저가 출간된 건 1712년이다. 당대의 지성으로 추앙받던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1626∼1689)은 현상금까지 내걸어 책과 저자를 색출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지은이는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이슬람 종교철학자 이븐 루슈드, 13세기 연금술사 아르노 드 빌뇌브, 마키아벨리, 수학자 카르다노, 프랑스의 인문학자 기욤 포스텔 등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아직도 저자는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건 저자의 목적이 신을 비방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종교적 가치를 합리적 이성으로 의심해보고, 인간의 신에 대한 믿음이 진실인지 고증해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불경한 책은 17세기 말 자유주의 사상과 18세기 급진 계몽주의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번역자는 “지금도 지구촌에는 신의 이름을 빌려 종교전쟁 아닌 종교전쟁으로 피비린내가 가실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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