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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종족청소’ 위에 세워진 이스라엘

입력 : 2017-09-09 00:42:31 수정 : 2017-09-09 00: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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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건국의 주축인 시온주의자들 / 토착민 내쫓으려 짐승 같은 만행 자행 / 작전명 ‘플랜 달렛’… 군대동원 학살·파괴·겁탈 / 그해 ‘팔’ 사람들 85%인 80만명 난민 전락 / 이스라엘 한 지성이 자료 찾아내 고발 / "사막에 꽃 피웠다" 역사 왜곡 비판 / 저자, 당시 국제 상황까지 촘촘히 살펴 / "팔레스타인 비극은 전세계 묵인한 참사"
일란 페페 지음/유강은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팔레스타인 비극사/일란 페페 지음/유강은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역사 왜곡 문제라면 이스라엘 역시 일본에 뒤지지 않을 것 같다. 1948년 전후 시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마치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분풀이하는 듯한 행태였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천인공노할 만행은 용감한 이스라엘의 한 역사학자가 2006년 내놓은 책을 통해 낱낱이 들춰졌다. 책 제목은 ‘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팔레스타인 종족청소).

저자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감추고 있는 주류 역사학자들에 반대하면서 그들의 역사 왜곡을 고발해왔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이스라엘 사회의 눈엣가시가 되어 대학 교수직에서 파면되고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석학 놈 촘스키는 그에 대해 ‘현존하는 이스라엘 지식인 가운데 가장 양심적인 사람’으로 칭송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을 ‘종족청소’라는 시각에서 파헤쳤다. 1948년 3월부터 이스라엘 건국의 주축인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땅 토착민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온갖 짐승 같은 만행 끝에 쫓아낸 난민은 대략 80여만 명. 그러나 이스라엘 현대 역사학자들은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이미 건국된 이스라엘을 침략하는 아랍군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고 기술했다. 강제 추방은 없었고 아랍의 침략에 맞선 이스라엘의 독립전쟁만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군은 1948년을 전후해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손을 든채 끌려가고 있다.(위) 팔레스타인 마을로 진격하는 이스라엘군(아래 왼쪽)과 요르단을 건너 쫓겨나고 있는 토착민들 모습.
열린책들 제공
저자는 이스라엘 지식인들의 이런 기만적인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이스라엘 군부 핵심 인사들의 일기, 전쟁 기록, 구술 자료 등을 토대로 학살, 파괴, 겁탈 등 만행을 들춰내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종족청소 즉, 인종청소 계획의 명칭은 ‘플랜 달렛’. 군대를 동원해 주택, 재산, 물건 등을 불태우고 쫓겨난 주민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길목이나 건물 잔해에 지뢰를 설치하는 등의 행동 방침이다. 가장 악명 높은 인종청소는 ‘데이르야신’이란 마을에서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마을에 난입해 집집마다 기관총을 난사, 주민들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했다. 여성을 강간하고도 모자라 “집을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런 만행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이스라엘 현대사는 1948년 상황에 대해 “제2의 홀로코스트가 임박해 군사적 수단으로 제압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그냥 남으라고 설득했다”는 등 거짓으로 채워졌다. 1948년 말엽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85%가 난민이 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거의 궤멸 상태였다. 1936년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고 있던 팔 지도부는 반란을 일으켰으나 곧 영국군에 제압됐다. 팔 지도부 인사들은 대부분 망명하거나 해산되었다.

당시 국제 상황을 촘촘히 들여다본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전 세계가 자초하고, 묵인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비극적 사태에 책임 있는 영국은 서둘러 병력을 철수시켜 발을 뺐다. 팔레스타인을 내팽개친 이런 행동에 대해 지금도 영국의 지식인들은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지적한다. 당시 유엔도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 유엔이 만든 ‘팔레스타인 특별위원회’는 1947년 11월 유엔총회결의안 제181호를 통해 시온주의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땅 절반을 분할해 줘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불법적인 동시에 부도덕한 짓거리”라고 했다. 처음 미국은 반대했으나 결국 묵인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국제 여론의 조작은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한 유대인 집단의 로비 때문이었다. 영국의 경우 친유대주의자들이 의회를 조종했고, 미국에서도 유대인 집단이 의회와 백악관을 장악했기에 가능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1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인에게서 총 1억 파운드를 빼앗고, 그들을 팔레스타인 영토의 3%밖에 안 되는 지역에 살게 하는 등 조직적인 약탈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도 거의 말끔히 지워졌다. 이스라엘은 아랍어 마을 이름을 히브리어로 바꾸고 토착민이 살던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유대민족기금’은 철거된 팔레스타인 마을에 국립 공원을 만들었고, 인종청소가 자행된 장소를 녹색 생태 휴양지로 둔갑시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그것만이 지금도 피흘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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