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권오길의생물의신비] 가을의 전령사 잠자리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 권오길의 생물의 신비

입력 : 2017-09-07 21:21:24 수정 : 2017-09-07 21:21: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잠자리는 잠자릿과(科)의 곤충으로 애벌레(유충)는 물에 살고, 어른벌레(성충)는 공중을 날며 육식한다. 나비가 그렇듯이 곤충은 유충과 성충이 먹이(food)와 삶터(space)를 두고 벌이는 종내경쟁(種內競爭)을 피해갈 수 있는 생존방식을 가진다.

귀티 풍기는 잠자리를 청령이라고도 부른다. 잠자리는 방울만 한 눈이 붙은 머리를 요리저리 흔들어 적을 살피고 먹잇감을 노린다. 잠자리의 날개는 투명하고 청결하기 짝이 없는 얇은 막이라 매우 해맑고 가벼워 속이 비칠 만큼 얄따란 고운 모시를 ‘잠자리 날개 같다’하고, 맵시있게 차려입은 여자의 모습을 ‘잠자리 나는 듯’이라고 한다.

잠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5000여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00여종이 있다. 잠자리 유충은 ‘학배기’라 부른다. 학배기는 올챙이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허물을 벗는다.

가을이 왔다 싶으면 불현듯 잠자리 두 마리가 한 줄로 달라붙어 휘젓고 다닌다. 수컷잠자리가 배 끝의 집게로 암컷의 목덜미를 꽉 틀어잡고는 하늘을 씽씽 날아다닌다. 하여 둘 중 앞의 것이 수컷, 뒤의 것이 암컷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낢을 흔히 ‘결혼(혼인)비행’이라고 하는데 실은 짝짓기가 아니라 교미를 위해 상대를 어루만지는 일종의 전희행위이다. 잠자리의 짝짓기는 수놈에게 목덜미를 잡힌 암컷이 여섯 다리로 수놈을 세차게 부둥켜안고 배를 휘어 생식기를 수컷교접기에 갖다대 수놈이 붙여 준 정자덩어리를 받아 이뤄진다.

왕잠자리나 실잠자리는 배 끝자락에 있는 날카로운 산란관을 창포 같은 부드러운 식물줄기에 찔러 알을 낳는다. 하지만 거의 다른 잠자리는 물가를 맴돌다가 갑자기 곤두박질쳐 물 위에 꼬리 끝(산란관)을 댔다 뗐다 하고 잔물결을 일으키며 산란한다. 요즘 우리 눈에 띄는 것은 ‘된장잠자리’이다. 마당이나 자동차 차창에 이리저리 어른거리는 그놈들 말이다.

밤낮없던 매미 울음소리가 사그라들고 각종 잠자리가 하늘에 난무한 것을 보니 가을이 왔나 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