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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한 종류인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샹파뉴가 영어 발음으로는 샴페인이다. 일반 와인에 비해 비싼 편인데도 한국의 샴페인 수입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소주에 입맛이 길들여진 주당들은 샴페인 맛을 알 턱이 없고 술로 치지도 않는다. 어쩌다 축하모임에서나 맛보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병뚜껑이 튀어나가고 하얀 거품을 쏟아내는 ‘음료’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행복과 기쁨의 술이라는데도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일찍 터뜨리는 샴페인’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문민시대 개막과 함께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 개혁정책을 전광석화처럼 추진했다. ‘신한국 창조’를 위해 ‘한국병’을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가 말한 한국병은 정치불신과 부정부패였다. 한국병 치유 효과 때문인지 문민정부 때 경제상황은 좋았다. 1970∼80년대 경제부흥기 못지않은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재임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4%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가지려는 순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한순간에 고꾸라졌다. 외국 언론은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비웃었다.

금 모으기와 구조조정 등으로 불과 4년 만에 IMF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희생과 아픔을 이겨낸 국난 극복이었다. 그러나 ‘IMF 우등생’이란 평가에 우쭐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다”는 소리를 또 들었다. 묻지마 투자, 벤처 열풍, 무분별한 카드 발급 등으로 경제는 다시 휘청거렸다. 그리고 저성장의 덫에 걸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 보혁갈등, 세대갈등, 정치불신, 부정부패 등 고질병도 깊어지고 있다.

이란이 시리아와 비기는 바람에 러시아월드컵에 진출 ‘당한’ 신태용호가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끝나지 않아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본선 진출을 자축하며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쳤다. 세상 물정 모르고 샴페인부터 터뜨리는 버릇은 언제쯤 고쳐질 것인가.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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