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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한 은행 전무는 말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중소기업인이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10년이면 망하지 않는 곳이 드물지만 그들은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관치 바람에 그는 은행장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뱅커다. 왜? 기업인의 ‘불굴의 정신’을 꿰뚫어 봤으니.

1970∼90년대의 고도성장. ‘한강의 기적’은 기업가정신에 뿌리를 둔 것 아닐까.

지금은 다르다. “할 맛이 안 난다.” 구멍가게 주인도, 중소기업 사장도 하는 말이 똑같다. 따라붙는 말, “쪽박 차지 않으려면 절대 일 벌일 생각은 하지 말라.” 예전의 뱅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나라가 망할지 모르겠다.” 도전은 사라지고, 기업가정신은 찾아볼 수 없으니.

김준일 락앤락 회장. 주방용기 하나에 인생을 걸고 ‘락앤락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따지자면 그에 견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 그가 홍콩 사모펀드에 락앤락 보유 지분 63.56% 전량을 팔아치웠다. 락앤락은 더 이상 우리나라 기업이 아니다. 왜 팔았을까. 사정이 어려워서? 비전이 없어서? 혹시 기업가정신이 소진돼 버린 것은 아닐까. 눈물 쏟은 조규옥 전방 회장, 고개 떨군 김준 경방 회장과 닮았다.

기업가정신은 무엇에서 비롯될까.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사욕? 아닌 것 같다.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공리(公利)를 생각한다. 부의 의미를 생각하니 “부자도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 그 믿음은 산업화시대를 열었다. 모래벌판에 세계적인 조선소를 세운 정주영 회장 왈 “임자 해봤어.” 산업보국을 생각했기에 끝없이 도전했던 것이 아닐까.

반기업 정서가 난무한다. 기업인은 입을 다물고 있다. “쇠고랑 차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그들은 ‘소외인’으로 변해 버렸다. 부는 무엇일까. 빼앗아야 할 대상일까. 기업을 살찌게 해 국부를 키운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규제·노동 개혁을 말하지 않을 턱이 없다.

“기업가정신을 지니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판에 그런 생각이 우러날까. 호사스러운 말장난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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