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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6차 핵실험, 명백히 선 넘었다
안보 강화하고 한·미동맹 견고히 해야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다. 미국과 영국이 딱 그렇다. 역사적으로만 혹은 문화적으로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 아니다. 전쟁도 대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치른다. 2차 세계대전이 대표적이다. 왜 그리 돈독한가. 정서적 유대가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호 오스카 와일드가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19세기 후반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과 미국은 정말 모든 면에서 동질적이다. 물론 언어는 빼고.”

대한민국과 북한은 어떤가. 민족공동체로 다시 뭉쳐 공영(共榮)을 꾀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피붙이다. 그러나 한반도 기류는 엄혹하다. 미·영과 달리 돈독하지 않다. 사회 체질 자체가 1960년대 이후 너무나 달라져 있기도 하다. 오스카 와일드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남북한은 정말 모든 면에서 이질적이다. 물론 언어는 빼고.”


이승현 편집인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도 했다. 이질성과 인화성을 극적으로 키운 도발극이다. 9일은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이다. 북한이 ICBM을 정각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점쳐진다. 설상가상이다. 남북한이 얼마나 이질적인지 절감하게 된다.

6차 핵실험은 국민이 용인할 선을 명백히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렇다. 4월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말하지 않았나. “북한이 끝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 정부 여당 대응이 왜 이런가.

대통령은 일단 강경 선회 중이다. 하지만 외양의 변화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압박과 대화 병행 기조를 접은 것으론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4일 국회 연설은 한 술 더 떴다. 추 대표는 ‘투트랙 대화’를 제안했다. 특사론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어제 송영무 국방장관이 전날 꺼낸 ‘전술핵 재배치’론을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도 가관이다.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헛꿈은 빨리 깨는 것이 상책이다. 헛꿈만 꾸면서 어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나. 한반도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핵 폭주는 계속된다는 점부터 투명하게 봐야 한다. 북한의 지상과제는 예나 지금이나 주한미군 철수다. 실행 방법만 조부 김일성 시대의 ‘혁명통일’, ‘평화공세’에서 손자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핵 보유’로 바뀌었을 뿐이다.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문제가 추가로 해결되면 동북아 지정학은 또 급박하게 바뀐다. 북한은 미국에 요구할 것이다. 적대시 정책 폐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을. 그것이 관철되면 주한미군 철수가 대두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훗날 적화통일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어찌해야 하나. 문재인정부가 각성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급한 것은 일선 안보태세의 강화다. 북한 권력자는 30대 초반이다. 남성호르몬이 넘쳐 흐른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공격적일밖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 최고의 안보 자산인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는 정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이 영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가재’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재인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미 정상이 때로 불협화음을 빚는 것은 우려스럽다.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청와대가 각별히 챙길 대목이다.

근본적 과제도 있다. ‘공포의 균형’을 어찌 확보하느냐 하는 사활적 과제다. 20세기 동서 냉전 시대는 핵 전쟁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어떻게? ‘상호확증파괴(MAD)’로 통하는 핵 억제전략 덕분이다. 한반도에 운명의 시간이 왔다. 전술핵 재배치든, 독자 핵무장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 길이 멀고 험하다고 집권여당 대표처럼 ‘공존의 균형’이나 외치겠다고? 핵 인질, 핵 노예가 될지 모를 현실은 안중에 없는 것인가. 북한이 ‘가재’라는 것인가. 차라리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되새기길 권한다. “일시적 안전을 조금 얻으려고 본질적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들은 자유도, 안전도 누릴 자격이 없다.”

이승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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